'방송연장 공청회' 임기말 선심용?

  • 입력 2003년 1월 21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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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위원장 강대인)가 20일 전체회의에서 올해 가을부터 지상파 방송사의 방송시간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송시간 자율화 방안’을 공식 추진키로 한 데 대해 시청자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방송위는 28일 공청회를 열어 가을 개편부터 방송시간을 3시간 연장하고 내년 중 24시간 방송을 자율화하는 등 단계적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시청자단체들은 방송위가 방송시간 연장의 수순으로 공청회를 여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방송시간 연장은 수년 전부터 제기돼 온 사안인데 굳이 다음달 11일 방송위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정책 결정을 서두르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애란 사무국장은 “지상파 방송의 시간 연장은 방송사의 ‘광고 확대’를 위한 것으로 시청자 권익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안”이라며 “공청회에서도 시청자단체가 적극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블TV방송협회도 21일 성명을 내고 “지상파의 방송시간 연장은 현재 광고 시장의 95%가량을 독점하고 있는 지상파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해 뉴미디어 업계 전체의 광고 수익에 큰 타격을 주면서 매체간 균형발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방송위가 방송위원 교체기에 지상파 방송사의 방송시간 연장,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전송, 지역민방의 역외 재송신 등 예민한 이슈에 대해 정책 결정을 무리하게 서두르는 것에 대해 의혹이 일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방송위가 임기 말에 중요 정책을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지상파, 케이블, 위성방송 등과 ‘주고 받기식’ 해결을 추진하려 한다는 의혹이 있다”며 “방송위는 원칙에 따른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범 한양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임기만료를 코앞에 둔 현 방송위가 최종 정책 결정을 내리는 것은 감당하지 못할 일을 벌이는 행위”라며 “이 사안들은 다음 방송위가 시간을 갖고 심도 있게 논의한 후에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언론학부)는 “방송시간 연장은 시청자들의 시청 행태와 수요도 조사를 기반으로 검토해야 하는데 지금의 모양새는 방송사의 이익에 따라 졸속 추진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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