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술][음식]日전문가 기무라씨의 ´청주 제대로 마시기´

  • 입력 2002년 11월 21일 16시 49분


각양각색의 잔에 담긴 청주가 애주가들을 유혹한다.
각양각색의 잔에 담긴 청주가 애주가들을 유혹한다.
《“날도 추운데 따끈한 청주나 한 잔 하러 가지.”

이런 대화가 오가는 계절이다. 어묵을 안주 삼아 따끈한 청주 한 잔.

따뜻한 기운이 식도를 거쳐 온 몸으로 퍼지는, 기분 좋은 느낌은 겨울이 애주가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겨울의 초입에 일본의 청주 전문가가 한국을 찾았다.

일본을 통틀어 네 명 뿐인 청주 스타일리스트 가운데 한 명인 기무라 가쓰미(49, 사진)가 신라호텔의 초청으로 청주를 제대로 마시는 방법을 전수하기 위해 방한한 것.

기무라씨는 프랑스 와인 협회에서 소믈리에 자격증을 받은 와인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청주의 맛과 향은 와인 못지 않게 깊고 다양하다”고 소개했다. 글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사진 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생선회 전복찜 튀김 등 사케와 어울리는 안주들

●고급술, 멋쟁이술이 된 청주

한국에서는 청주를 ‘어른들’이나 마시는 술로 여긴다. 본 고장인 일본은 어떨까. 기무라씨는 “요즘 일본의 음주 문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트렌드는 전문직 여성들이 청주를 즐겨 마신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의 표현을 옮기자면 ‘루이뷔통, 에르메스를 좋아하는 유행에 민감한 30대 패션 리더들’이 청주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5년 전 만해도 그들은 주로 와인을 마시면서 멋을 부렸다. 그러다 최근 들어 일본의 음식 문화가 전통 추구로 돌아가면서 청주가 각광을 받고 있다.”

청주의 이미지가 대중주에서 고급주로 변하기 시작한 것에서도 변화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기무라씨는 “품질이 좋고 비싼 청주들이 나오면서 공부를 하면서까지 좋은 청주를 골라 마시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간다”고 말했다.

●청주에 관한 몇 가지 오해

기무라씨는 “청주가 한국에서는 별 인기가 없는 술이어서인지 청주에 대해 그릇되게 통용되는 상식이 몇 가지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이 청주를 ‘정종’으로 부르는 것. ‘정종’은 청주의 상표 가운데 하나다. 19세기 말 한 일본인이 부산에서 최초로 청주를 생산했는데 그때 만든 청주 제품 가운데 하나에 ‘정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따라서 청주를 소주에 비유한다면 ‘정종’은 ‘참이슬’ ‘산’ 같은 소주 브랜드에 비유할 수 있다.

일본식 표현인 ‘사케’를 청주라고 부르는 것도 100%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사케’라는 말은 일본어로 ‘술’이라는 일반명사이기 때문. 기무라씨는 “그러나 지금은 일본에서도 사케가 위스키 와인등과 구별되는 ‘일본술’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주로 청주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청주는 데워 먹는 술’이라는 것도 잘못된 상식. 기무라씨는 “봄, 여름에는 차갑게 마시고 가을, 겨울에는 데워 마시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라면서 “10년 전부터 품질이 좋은 청주를 연중 차갑게 마시는 게 유행하다가 최근 들어 데워 마시는 스타일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워 마실 때는 온도가 50도를 넘으면 곤란하다. 뜨거워서 잔을 못 잡을 정도로 데우면 술의 향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단 복어 지느러미를 담가 마시는 히레청주는 70도 정도로 데우는 게 적당하다. 기무라씨는 “술이 뜨겁지 않으면 복어 지느러미의 영양가가 술에 녹아들지 않는 데다 비린내도 가시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요리에 어울리나

기무라씨는 “일본 음식을 제외한 음식 가운데 청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이탈리아 음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탈리아의 생선 요리, 야채 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 그는 “이탈리아 요리는 소스보다는 재료의 맛 자체를 살리는 방식이어서 청주의 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버터와 크림을 많이 쓰는 프랑스 음식에 청주를 곁들일 경우 음식의 느끼한 맛을 줄이는 보조 역할밖에 못한다. 한국 음식으로는 된장을 사용한 음식이나 구운 생선류가 청주와 가장 잘 어울린다.

기무라씨는 “청주도 와인처럼 맛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음식에 따라 구별해서 마시면 술과 음식 맛을 모두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튀김과 구이가 주 요리라면 약간 쓴 맛이 나는 청주가 적당하며 흰살 생선회와 전복찜 등에는 단맛이 나는 청주가 어울린다.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케에서는 기무라씨의 컨설팅에 따라 여러 종류의 고급 청주를 갖춰 놓고 청주별로 어울리는 세트 메뉴를 판매한다.

●청주로 만드는 칵테일

청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청주를 이용한 칵테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기무라씨는 집에서도 간단하게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청주 칵테일을 소개했다.

○딸기 청주〓가장 간단한 칵테일. 얼린 딸기 3∼5개를 차가운 청주에 담는 것이 전부다. 딸기가 얼음 역할을 해서 술을 더욱 시원하게 만든다. 아삭거리는 딸기를 먼저 먹고 딸기 향이 밴 술을 마신다.

기무라

○닌자〓아마레토 3㎖와 청주 60㎖를 섞는다. 이름이 ‘닌자’인 것은 맛의 특징 때문. 은신술로 유명한 닌자처럼 아마레토향이 숨어 있다는 것. 기무라씨는 “청주의 향이 먼저 느껴지고 나중에 아마레토 특유의 아몬드향이 난다”고 말했다.

○사무라이 록(Rock)〓강한 맛에서 사무라이가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연상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라임 8분의 1조각과 올리브 한 개를 청주 한 잔에 담근다. 라임을 구하기 어려우면 레몬으로 대신해도 된다.

청주가 일본 술인 만큼 일본식 음주 문화로 마셔보면 어떨까. 일본에서는 잔을 부딪치는 건배를 하지 않는다. 도자기로 만든 술잔이 많아서 잔이 깨지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 기무라씨는 “잔을 눈높이로 들어 올린 다음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마시는 게 에티켓”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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