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약 참조가격제 도입 논란

  • 입력 2002년 8월 29일 18시 33분


보건복지부는 보험적용 약품을 효능군별로 기준 약값을 정해 거기에 못 미치는 약값은 건강보험을 적용하되 기준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환자가 부담하는 참조가격제를 올 12월부터 시행키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복지부는 의약분업 이후 고가약 처방이 급증해 건강보험 재정이 크게 악화되자 김원길(金元吉) 전 장관 때부터 이의 시행을 추진해왔으나 고가의 오리지널약을 많이 갖고 있는 다국적 제약업체와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그동안 시행하지 못했다.

한편 국회와 시민단체 의료계 등이 환자의 부담 증가와 처방권 제한 등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보여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4514개 품목 우선 적용〓이 제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 1만6000여개 중 해열 진통제와 소화성 궤양 치료제 등 11개 약효군, 4514개 품목에 우선 적용된다. 참조가격은 같은 약효군 의약품 평균약값의 2배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참조가격을 이렇게 정하면 적용대상 의약품 중 89%(4026개 품목)는 환자의 추가 부담이 없지만 나머지 11%(488개 품목)는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복지부는 저소득층 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류머티스관절염, 아토피성 피부염, 천식 등 환자부담이 큰 일부 만성질환 치료제는 참조가격제를 적용하지 않거나 본인 부담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반대 의견〓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김성호(金成豪) 복지부장관으로부터 참조가격제 시행 방안을 보고 받은 뒤 고가약 사용을 줄여 보험재정을 절감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환자의 부담증가를 이유로 보완을 요구했다.

저소득층 및 만성 또는 희귀 질환자의 부담증가 등의 문제점 해소 방안과 외국 사례를 조사해 더 세밀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해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참여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건강보험 지출이 줄더라도 그것이 환자 부담으로 그대로 돌아온다면 이는 국민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조삼모사식 정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같은 성분, 같은 함량의 약이면 약효가 같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으로 효능이 우수한 약을 선택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와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장 반발이 심한 것은 고가의 오리지널약을 생산 판매하는 다국적 제약업계. 참조가격제가 시행될 경우 약품 사용이 크게 줄어들 것을 우려해 그동안 반대의견을 수차례 정부에 전달해왔다.

▼참조가격제▼

<정부기준 약값까지 건강보험적용 해주고 나머지 소비자가 부담>

같은 약효를 가진 여러 가지 의약품 중 정부가 정한 약값(참조가격)까지만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이 가격을 넘는 고가약은 차액을 환자가 부담토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열 진통제의 참조가격이 1000원으로 정해진 뒤 1300원짜리 약을 사용할 경우 환자는 현재의 약값 본인 부담비율인 약값의 30%(300원)에다 참조가격 초과분 300원 등 모두 6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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