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교수의 여가클리닉]출퇴근길 음악과 함께 자유시간을

  • 입력 2002년 6월 27일 16시 12분


Q : 서울 서초동에 사는 40대 후반의 김대석입니다. 직장 때문에 매일 천안까지 출퇴근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중에는 집에서 쉴 시간이 거의 없어요. 주말에는 될 수 있으면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요즘 부쩍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부담스럽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늙기 전에 나를 위해 재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런 상태로는 전혀 짬이 나질 않네요. 효과적인 시간관리법 좀 알려 주세요.

A : 여가학에서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반쪽여가 (semi-leisure)라고 합니다. 완전히 자유로운 시간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퇴근 후나 주말의 여가시간은 모든 의무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남편은 남편대로 가족관계에서 주어진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하고 아내 역시 준비나 뒤처리 등의 가족 내의 역할에서 파생되는 각종 의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겁니다.

평소에는 가족을 위한 일들이 의무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심리적인 위기가 닥쳤을 경우, 평소와는 다르게 가족과 관계된 모든 일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죠. 일단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한 개인의 심리적 위기는 가족의 평화를 깨는 구체적인 위협이 됩니다. 김대석씨의 경우에는 효과적인 시간관리법을 찾는 것이 해결책이 아닙니다. 가족의 의무로부터 자유로운 자신만의 시간을 꿈꾼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무엇인가 불안정하다는 뜻이거든요.

특별한 이유없이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라면 자동차의 오디오 시스템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서초동에서 천안까지 출퇴근하시려면 왕복 3시간은 걸릴 텐데 그동안 나만의 음악감상 시간을 가져보는 겁니다. 조금만 투자해도 음악이 정말 다르게 들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또 MP3 파일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꾸면 인터넷에서 자신이 좋아했던 음악들을 모두 다운받아서 즐길 수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정수라나 이선희의 노래로나 기억하고 있는 ‘아름다운 강산’을 ‘신중현과 엽전들’의 기막힌 연주로 다시 듣고, 제니스 조플린, ‘브라더스 포’ 등의 노래들을 요일별로 나누어 들으며 출퇴근하는 겁니다. 심야음악 방송에서 지겹게 들었던 폴 모리아 악단의 ‘해변의 길손’과 같은 연주들은 학창시절 그 여학생의 얼굴도 기억나게 할 걸요? 그 때의 즐거운 기분을 되살리며 운전하는 출퇴근 시간은 차가 아무리 막혀도 즐겁습니다. 훌륭한 심리치료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루중 세 시간을 이렇게 보낼 수 있다면 정말 착한 사람이 되지 않겠어요?

www.leisure-stud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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