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춘원소설 해부 '이광수 문학사전' 펴내

  • 입력 2002년 6월 17일 18시 32분


소설가 춘원 이광수(春園 李光洙·1892∼1950)는 한국 현대문학의 실질적인 기초를 다진 근대문학의 개척자로 일컬어진다. 춘원의 작품은 쉽고 매끄러운 문장과 풍부한 어휘 및 우리말 용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쉬운 단어를 절묘하게 사용해 주옥같은 문장을 엮어 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문학자 한승옥 교수(56·숭실대)가 ‘우리말의 보물창고’인 춘원의 소설에서 ‘보석’들을 가려냈다. ‘보석상자’는 한 교수가 최근 펴낸 ‘이광수 문학사전’(고려대 출판부).

한 교수는 이광수의 소설 66편에 수록된 어휘를 자세하게 살핀 뒤 7000여개의 표제어를 추출해냈다. 또 소설에 등장하는 지명, 역사적 인물 및 사건 등도 표제어로 삼았다. 한 교수는 이어 기존의 국어사전과 전문용어사전, 고어(古語)사전, 관련 자료 등을 참조해 5년여에 걸쳐 어휘를 조사하고 정리했다.

한 교수는 “춘원의 작품에 사용된 어휘가 이미 사전에 등재되기는 했으나, 춘원의 불교 사상을 바탕으로 한 작품에 사용된 불교 용어 및 ‘원효대사’(1942) 등에 나타나는 신라어 등을 풀이해 내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한 교수는 “이 사전은 어휘뿐만 아니라 춘원의 소설 전체의 서사구조 및 캐릭터 분석, 작품에 대한 연구해설 등을 함께 실은 일종의 ‘이광수 연구서’”라고 말했다. ‘이광수 문학사전’은 춘원의 소설 어휘를 용례와 함께 실은 ‘본문’과 ‘이광수 소설의 의미와 구조’ ‘작가 연보’ ‘작품연구 서지목록’을 정리한 ‘부록’으로 구성됐다.

1980년 고려대에서 ‘이광수의 무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한 교수는 25년 동안 ‘이광수 연구’에 매달려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춘원의 문학을 ‘계몽주의’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 것 뿐이라면 춘원의 문학이 가지는 의미는 이미 사라졌을 겁니다. 불교에 바탕을 둔 깊은 사상적 뿌리와 우리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 저력 등이 작품에 담겼기 때문에 아직 살아있는 것이지요.”

한 교수는 “앞으로 제대로 된 ‘이광수 장편소설사’를 정리할 계획”이라며 “좁은 시각을 뛰어 넘어 큰 틀 안에서 이광수의 문학을 다뤄보려 한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