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한국 첫 동판화가 김상유 화백

  • 입력 2002년 3월 21일 18시 13분


21일 타계한 김상유(金相游) 화백은 장욱진(1990년 타계) 화백과 함께 동양적인 달관과 절제의 미학을 회화로 구현한 대표적 작가로 꼽힌다.

평남 안주 출신인 고인은 1950년대말 연세대 철학과를 중퇴하고 30대의 나이에 뒤늦게 미술에 입문했다. 인천 동산중 교사 시절인 1963년 국내 첫 동판화 전시회를 열어 이 분야에서 선구적 역할을 했으며 판화 실력을 인정받아 1970년 동아일보 주최 제1회 국제판화비엔날레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고인은 1970년대 중반부터 유화로 장르를 바꾸어 무위자연과 무념무상 등 노장사상에 침잠해 그 정신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인생에 대한 달관을 절제된 색채와 단순한 구도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1980년대부터는 전국 곳곳의 전통 가옥을 답사하고 그 건축물의 단정한 이미지를 그림 속으로 끌어들여 더욱 정감어린 분위기를 연출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같은 점을 인정받아 1990년 이중섭 미술상을 수상했다.

녹내장으로 인한 시력장애로 2000년 이후 거의 작품활동을 하지 못했던 고인은 1월17일부터 2월15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무애청정(無碍淸淨)’ ‘명상’ ‘청풍명월’ ‘선(禪)’ 등 대표작을 선보이며 생애 마지막 개인전을 가졌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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