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PI지적' 과민반응 말라

  • 입력 2002년 2월 25일 18시 00분


정부가 국제언론인협회(IPI)의 한국 언론상황 연례보고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국제언론단체로서 각 국의 언론상황에 대해 나름대로의 견해를 밝히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왜곡된 주장’이라며 무조건 내치기만 하는 것은 결코 성숙한 자세가 아니다.

국정홍보처는 IPI가 ‘2001 세계 언론자유 보고서’를 통해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정책실패를 감추기 위해 언론사 세무조사를 실시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반박서한을 보냈다. ‘민주정부의 명예를 부당하게 훼손했다’는 것이다. 서한은 “언론사 세무조사는 공평과세와 세법질서 확립을 위한 국세행정 본연의 업무”라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언론사 세무조사는 조세정의라는 명분으로 비판언론을 옥죄기 위한 정치적 동기에서 시작됐음을 많은 국민은 안다. 국론분열 등 우리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세무조사의 당위성을 역설하거나 진두지휘해온 청와대수석비서관 국세청장 검찰총장 등이 비리에 연루돼 줄줄이 옷을 벗은 것은 언론사 세무조사가 얼마나 허구에 찬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IPI 연례보고서는 이 같은 부끄러운 언론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언론탄압 실상을 정리해 나름대로 한국정부에 언론 환경의 개선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IPI 집행위가 한국을 ‘언론자유 탄압 감시대상국’으로 존속시키기로 한 것을 상기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정홍보처는 정부 비판에 대한 보복이나 자유언론을 억압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으니 이제 이를 믿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에도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한 국제언론단체의 지적에 대해 줄곧 ‘내정간섭’이나 ‘한국정부 흠집내기’라며 발끈해 왔다.

정부는 IPI 보고서의 지적에 귀담아들을 것은 들어야 한다. 감정적 대응만 할 것이 아니라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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