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몸'을 알아야 '美'가 보인다

  • 입력 2001년 12월 9일 17시 49분


“한국 미술에서 사실적인 인체조각이 사라진 지 오래다. 수준도 낮고 관심도 미미하다.”

인체조각의 퇴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4일부터 내년 2월24일까지 서울 중구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열리는 특별전 ‘현대 조각과 인체’를 앞두고 그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전시는 20세기 서구 거장의 인체 조각 20여점을 선보이는 자리로, 한국 인체 조각의 초라한 현주소를 대조적으로 비추기 때문이다.

조각은 인체를 가장 자주 그리고 긴밀히 표현해온 장르. 특히 서양에서 인체는 그리스 이래 조각의 주요 소재였다. 그러나 근대 이전, 서구의 인체조각은 사실적이었음에도 종교적 관념적 색채가 너무 강했다. 너무 완벽한 비례와 아름다움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서구의 인체조각은 19세기말∼20세기초 로뎅, 부르델, 마이욜이 인체의 사실성 생동감을 강조하면서 인간적인 조각으로 발전했다. 이후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사실성을 버리고 추상화되는 경향으로 나아갔다. 모딜리아니의 인물상, 후안 미로와 장 아르프의 초현실주의적 인체조각 등.

한국의 20세기 인체조각은 초라하다. 한국의 인체조각은 일제시대 일본에서 서구 조각을 배우고 온 김복진 윤효중 권진규 등에 의해 시작됐다. 그러나 한국의 사실적인 인체조각은 이들 1세대에 머물렀다. 이들의 전통이 정착되기 전에 추상주의의 세례를 받아 사실적인 인체는 조각가들로부터 무시당했기 때문이다.

조용진 서울교대교수(미술학)는 “서구 인체조각도 20세기 들어 추상화됐지만 사실적인 조각의 전통이 건재하고 뛰어난 구상 인체조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전통도 없고 작품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또 유럽과 달리 한국인 신체에 관한 각종 미술적 통계 자료가 부족한 것도 인체조각을 소홀히 하게 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인체는 자연과 함께 미술의 영원한 소재다. 인체조각을 소홀히하면 미술의 퇴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갤러리 라메르의 조순희 수석큐레이터는 “유행을 타듯 추상이나 설치미술에 경도되면서 미술계에서 인체조각을 공부하지 않게 됐다. 일부에선 상업적인 동상 제작에 몰두하고 있지만 작품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로댕 부르델 마이욜 미로 모딜리아니 무어 자코메티 등 16인의 조각 22점이 전시된다. 02-2259-7781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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