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규 민족문화연구원 부원장 "디지털작업 표준화부터…"

  • 입력 2001년 11월 26일 18시 33분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김흥규 부원장(국문학)은 학계에서 ‘컴퓨터 도사’로 불린다. 민족문화연구원이 국사편찬위원회 등 다른 한국학 연구기관을 앞질러 94년부터 소장자료 전산화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민족문화연구원은 24일 고려대에서 ‘지식정보화와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그간의 전산화 작업을 중간점검한 김 부원장으로부터 한국학 자료 디지털화와 관련한 얘기를 들었다.

그는 “한국학 자료의 디지털화는 수요자가 누구냐에 따라 작업내용이 달라진다”면서 “전문연구자를 위해서는 고전 문헌을 한 장씩 사진 찍듯이 컴퓨터에 입력해 원전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족문화연구원의 경우 고문서 디지털화 작업 중에서도 한문소설의 전산화, 고려말부터 19세기말까지의 고시조 2만2000여편의 전산화 등을 특화했다”고 소개했다.

김부원장이 민족문화연구원의 강점으로 꼽는 것은 ‘표준설정’능력.

“현재 한국학 디지털화 작업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표준설정 문제다. 민족문화연구원은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경험을 축적하고 있어 여기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지금 여러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소장 고문서들을 전산화하고 있는데 누구든 접근해서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포맷의 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한국학 전산화의 언어가 세계표준인 XML로 가되 한국적 특성을 살린 KXML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민족문화연구원 연구진은 한국학 자료 검색과 관련해 ‘시소러스’ 구축방안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차재은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발표).

“예를 들어 조선조 홍문관은 별칭인 옥당(玉堂), 형조는 추부(秋部)로 불렸다. 그런데 현재 시스템에서는 홍문관, 형조를 찾았을 때 옥당, 추부로 기록된 자료들은 검색이 안된다. 시소러스란 이런 비슷한 단어들을 한꺼번에 찾을 수 있도록해서 검색의 질을 높이는 것인데 현재 한국어뿐만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 영어에서 유사어를 찾는 것까지 연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

김부원장은 정보화에 대해 “구텐베르크의 인쇄혁명 이래 지식정보 전달비용을 크게 줄인 획기적 사건”이라며 “인문학이 사람들의 삶 속에 가 닿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긍정론을 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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