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고층건물-지하상가 안전법규 달리해야"

  • 입력 2001년 9월 17일 18시 48분


서울에는 뉴욕만큼은 아니지만 30층 이상 고층빌딩이 많고 지금 이 순간에도 건설되고 있다. 불순분자나 개인 또는 집단 테러에 의한 폭발은 물론 붕괴·방화나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에 우리 고층빌딩은 안전한가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 때다.

고층빌딩은 상주 인구가 수천, 수만명에 달하며 지하철 등 지하 생활공간과 연결돼 한순간에 많은 피해가 생길 수 있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 특히 지하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상황 전달이 잘 안 되고 정전에 의한 피난기능 마비 등도 예상된다. 또 피해가 바로 상층부로 전달될 수도 있다.

선진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테러나 사고를 막거나 해결하는 획기적인 계획이나 첨단장비는 없다. 다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경험과 노하우(know-how)가 축적돼 있을 뿐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방재계획을 세우고 보다 빠르고 신속한 구조복구작업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실효성이 불확실한 첨단장비의 도입에 드는 비용의 십분의 일, 백분의 일만이라도 평상시 예방활동에 투자해 열 배, 백 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우선 인구가 밀집한 지역의 고층빌딩이나 지하상가 등은 차별화된 법규를 적용하고 안전성을 우선시하는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건설계획을 세울 단계에서부터 비용이나 미관을 고려하기 앞서 안전을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본 요코하마시 워싱턴호텔은 층마다 베란다를 만들어 비상시 대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미국 등 대부분 선진국은 비상계단을 건물 중간에 만들지 않고 4면에 모두 만들었다. 법적으로 비상계단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만드는 것이 아니라 법 이상의 안전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배울 점이다.

방재시스템이 불안전한 기존 고층건물은 구조변경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또 모든 것을 정부에게 넘겨선 안 된다. 정부가 다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상 안전에 대해 투자를 강요할 수 없다. 정부 건물주 입주자들 모두가 자신이 처한 위치에 맞는 최선의 투자를 해야 한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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