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팔경도 국내 귀환]"화가 밝혀지면 당연히 국보 지정"

  • 입력 2001년 9월 11일 18시 21분


재일동포 사업가 김용두(金龍斗·77) 덴리(天理)개발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함으로써 고국에 돌아오는 16세기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본보 11일자 A1면 보도)는 조선시대 ‘소상팔경도’ 중 단연 돋보이는 걸작으로 꼽힌다. 누가 그린 것인지를 확인할 수 없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화가 이름만 밝혀진다면 곧바로 국보로 지정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소상팔경도’는 중국 후난성(湖南省) 소수(瀟水)와 상강(湘江)이 만나는 퉁팅호(洞庭湖) 주변의 절경(絶景)을 8폭에 묘사한 그림으로, 조선시대의 대표적 회화 장르였다.

소상팔경도

‘소상팔경도’는 ‘산시청람’(山市晴嵐·봄철의 아침나절 풍경) , ‘연사모종’(煙寺暮鐘·안개에 싸여 저녁 종소리 울리는 산사의 풍경), ‘원포귀범’(遠浦歸帆·먼바다에서 돌아오는 돛단배의 모습),‘어촌석조’(漁村夕照·저녁 놀 비친 어촌 풍경),‘소상야유’(瀟湘夜雨·소수와 상강이 만나는 곳의 밤비 내리는 풍경),‘동정추일’(洞庭秋月·달이 비친 동정호의 가을날 정취), ’평사낙안‘(平沙落雁·기러기 날고 있는 모래사장 모습), ’강천모설‘(江天暮雪·저녁 눈 내리는 강과 하늘 풍경)로 구성돼있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

▼관련기사▼
- 16세기 국보급 회화명작 ‘소상팔경도' 귀국

이번에 귀환하는 ‘소상팔경도’는 이미 전문가들의 검증을 통해 진품임은 물론이고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중앙박물관의 이원복 미술부장(한국미술사)은 “이 그림은 김용두 옹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 중 최고의 작품”이라면서 “계절의 변화와 시적인 분위기가 완벽하게 표현된 ‘소상팔경도’의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작품의 수준도 수준이지만 50억원을 호가한다는 점과, 이 그림을 선뜻 내놓은 기증자 김회장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 그림은 김회장이 1970년대에 5억엔을 주고 구입한 것.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지금 시장에 내놓으면 50억원이 아니라 80억원을 상회한다”면서 “미국 소더비 경매에서 이 정도 수준의 ‘소상팔경도’가 한 폭에 8∼10억원에 거래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그림은 모두 8폭으로 이뤄져 있으므로 전체 가격이 8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것.

실제로 최근 국내의 한 골동상이 이 가격에 구입을 의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회장은 돈에 연연하지 않고 중앙박물관 관계자와의 협의를 거쳐 조건 없이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김회장의 문화재 기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회장은 1997년 114점, 2000년 57점의 문화재를 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바 있다. 당시 김회장은 “몸은 고국에 있지 않지만 내 모든 것이 담긴 문화재가 고국을 찾아가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경남 사천 출신의 김회장은 8세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일본으로 건너간 뒤 철공장 사업으로 크게 성공했다. 고향을 생각하면서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문화재를 수집해 지금까지 1000여점을 모았다. 모두 수준 높은 작품들.

중앙박물관은 당초 보도된 일정보다 빠른 이달말 이 작품을 국내에 들여와 보존처리 등을 거친 뒤 10월8일부터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어 김회장의 고향인 경남 사천 인근의 국립진주박물관에 그의 호를 딴 두암(斗庵)기념관을 만들어 11월5일부터 전시한다. 김회장이 이미 기증한 문화재도 진주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