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불교계에도 韓流 바람 '솔솔'…中스님 27명 禪체험

  • 입력 2001년 9월 6일 19시 00분


불교계에도 한류(韓流)바람이 불고 있다.

4일 오후 강원 설악산 신흥사 향성(香城)선원.

“선 수행은 매시간 50분 입선(入禪·선 훈련), 10분 방선(放禪·휴식)으로 진행할 겁니다.”(한국 스님)

“아이고, 너무 힘들어요. 입선은 30분 정도로 줄여주세요.”(통역하는 중국 스님)

“안됩니다. 한국 선방에서는 그렇게 하는 법이 없습니다.”(한국 스님)

“그러면 아무도 못견딜텐데요.”(통역하는 중국 스님)

통역을 맡은 중국인 푸정(普正)스님이 수차례 간절한 부탁을 거듭한 후에야 깐깐한 미목(彌木)스님이 마지못해 한발 물러섰다.

“그럼 일단 50분 입선, 10분 방선으로 해보고 정 안되면 40분, 20분으로 하겠습니다. 그 이상은 절대로 안됩니다.”

중국 각지에서 모인 스님 27명이 한국 선불교를 체험하기 위해 신흥사를 찾았다. 수행에 들어간 첫날 입선과 방선 시간을 두고 오간 얘기를 전해들은 선방밖 한국 스님들은 “벌써부터 꾀를 부리는 걸 용납해선 안된다” “선방의 규칙대로 화끈하게 돌려야 된다” 등 한마디씩 했지만 50분 입선, 10분 방선으로 반복되는 참선수행이 여러 철 선방에 살아본 한국 수좌들에게도 고역임을 모르는 건 아니다. 게다가 열흘간의 체험은 매일 선수행의 연속. 오전 3시부터 5시, 오전 8시부터 11시, 오후 2시부터 4시, 오후 6시부터 9시 등 하루 10시간이 참선과 예불시간으로 잡혀있다.

중국수행단 단장인 허난(河南)성불교협회 부회장 신광(心廣)스님은 “불교는 본래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왔으나 지금은 우리가 중국 불교의 발전을 위해 한국의 선불교를 배우러 왔다”고 말했다. 일본보다 한국을 선호하는 까닭은 “대처승이 중심이 된 일본보다 출가승이 중심이 된 한국이 불교의 전통을 잘 보존하고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중국 승려들은 거의 다 사찰의 중책을 맡고 있다. 중국 최초의 절인 뤄양(洛陽) 백마사(白馬寺) 주지도 있고 무협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쑹산(嵩山) 소림사(少林寺) 스님도 있다. 하지만 단장은 65년생, 백마사 주지는 69년생, 소림사 스님은 65년생 등으로 거의 모두 30대 전후의 젊은 승려들이다.

신광스님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50, 60대 승려를 찾아보기 힘들다. 60년대 중반에서 70년대 중반까지 약 10년에 걸친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승려 충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문혁 전에 출가한 승려마저 대부분 열반해 중국불교는 세대단절의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의 승려들이 고된 수행을 각오하고 한국을 찾은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설악에 밤이 찾아왔다. 수학여행온 학생들의 재잘거림은 썰물처럼 사라지고 산은 갑자기 텅비었다. 외로이 불켜진 선방안도 적막강산이다. 40분 입선, 20분 방선으로 타협을 본 중국 스님들이 서로 등을 돌리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미동도 없이 참선에 몰두하고 있다. 무슨 화두를 잡은 것일까. ‘스선머’(是甚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