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대사 친필시 일본서 발견

  • 입력 2001년 6월 28일 18시 43분


최근 일본에서 발견된 사명당의 친필시
최근 일본에서 발견된
사명당의 친필시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큰공을 세우고 일본과의 외교교섭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던 조선 중기의 고승 사명당 유정(四溟堂 惟政·1544∼1610)의 친필시가 최근 일본에서 발견됐다.

박창희(朴菖熙·한국사) 전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평소 교분이 있던 일본의 수필가인 오카베 이스코(岡部李都子)로부터 넘겨받은 사명당의 친필시 사본을 28일 공개했다. 사명당의 시는 많이 남아 있지만 친필은 몇 점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다. 이번에 발견된 시의 끝 부분에는 사명당의 호와 서산대사의 직계 제자를 의미하는 ‘서산적 송운(西山嫡 松雲)’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어 사명당의 친필임을 알 수 있다. 이 시는 사명당이 1605년경 임진왜란 전후 처리를 위해 일본 교토(京都)에 머물면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와 외교협상을 벌일 때 쓴 것으로 추정된다.

가로 22㎝, 세로 23㎝의 종이에 힘차고 경쾌한 초서체로 쓴 이 시는 5언시(五言詩)로 내용은 ‘披髮綠衣翁/眼空天地中/天霞吸精素/獨立氣如虹(피발녹의옹/안공천지중/천하흡정소/독립기여홍)’으로 돼 있다.

서예가 하한식(河漢植)씨는 이 시구를 ‘머리를 풀어헤치고 검은 장삼 입고 섰으니/천지가 오직 공(空)으로 보일 뿐이로다/하늘 안개의 정기를 마시니/홀로 선 기운이 무지개처럼 뻗치는구나’로 해석했다. 사명당이 외교협상의 어려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 자신의 내면을 자연에 의탁해 노래한 것이다.

박 전 교수는 “이 시는 사명당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당시 사명당의 외교협상으로 양국간의 국교가 정상화됐고 그에 힘입어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파견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일본 학계에서는 조선통신사 연구에 좋은 자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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