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학 분규 위험수위]재단-교수-학생 '막무가내'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45분


《대학가의 학내 분규와 갈등의 일차적 원인으로는 교수재임용 등을 둘러싼 재단측의 독단적인 학교 운영과 재단비리 그리고 총장선임을 둘러싼 갈등 등이 꼽히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학교측이 분규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도 학생의 수준과 정도를 뛰어넘어 무작정 학사행정에 개입하려거나 막무가내식 주장을 펼치는 것도 대학분규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신학기 등록금 인상도 학내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재단 비리와 전횡〓재단의 불투명한 경영과 독단적인 학교운영은 사학분규의 대표적 원인. 일부 사학재단의 학생회와 교수협의회 등은 “사학재단들이 회계관리의 허점을 이용해 건물을 지으면서 공사비를 빼돌리는 등의 전횡을 일삼는다”고 주장한다.

인하대 교수협의회는 “한진그룹측이 대학병원 건설비 2500여억원을 재단측에 떠넘기고 학교수익을 부채명목으로 가로채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교수협의회가 회계장부를 잘못 이해해 생긴 착오로 이미 오해가 풀린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아주대교수협도 “학교법인 대우학원이 진 빚을 학교와 병원에 떠넘겼다”며 김덕중(金德中)총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김총장측이 교수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등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

청주대는 학교소유로 되어있는 135억여원 상당의 토지를 재단이사장이 자신의 명의로 바꿔 말썽을 빚고 있다.

또 일부재단은 교원임용과 학사행정에 깊숙이 개입해 학생들과 교직원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교육부가 해임했던 박원국이사장이 대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복귀한 뒤 박이사장 퇴진을 주장해온 일부 교수들을 재임용에서 탈락시켜 문제가 되고 있는 덕성여대가 대표적 사례.

인하대도 재단비리와 관련해 재단과 노건일총장에 반대해온 교수협의회 회장 김영규교수를 학교측이 파면해 갈등을 빚고 있다.

▽총장 선임〓총장선임 절차상의 문제를 놓고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숭실대 총학생회와 교직원들은 어윤배(魚允培)총장이 97년 총장 선임 당시 내건 단임제 약속을 어기고 재단측이 어총장을 일방적으로 재선임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

아주대의 경우는 재단비리와 총장선임 갈등이 맞물려 있는 상황. 교육부장관을 지낸 김덕중총장의 복귀에 교수협의회가 반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교수협의회는 “이사진으로부터 4년 임기를 보장받고 절대 다수 교수들의 임명동의를 받아 취임한 당시 총장을 아무런 이유없이 사임케 한 것은 비도덕적이며 대학구성원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99년 6월 교수총회 투표에서 2위를 한 이숙자(李淑子)전 총장이 재단 이사회에 의해 총장으로 선임되면서 분규가 일어난 성신여대는 결국 이전총장을 면직하고 5월 중순에 신임 총장 투표를 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그러나 이전총장은 이에 불복, 1월 5일 서울지법에 직위해제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총장선임 문제는 계속 분규중이다.

▽등록금 인상 등〓각 대학의 신학기 등록금 인상도 대학 분규의 주요 요인이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교육재정의 확충 없이 학생들에게만 교육비를 일방적으로 떠넘긴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등록금 인상폭에 대한 학생회측과 대학의 협상이 마무리된 상태지만 연세대 단국대 아주대 등에선 인상 철회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며 총장실 등을 점거했던 경북대 대전대의 학생회측은 일단 농성을 풀고 학교측과 등록금 조정을 위한 협의를 벌이고 있으나 학교와 학생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

학생들은 또 학부제 실시로 학과선택권이 박탈되고 일부 인기학과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이들 학과의 수업환경이 악화되는 데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현기득기자>rat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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