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부+α' 외국어 高는 뭔가 다르다?

  • 입력 2001년 4월 3일 18시 46분


외국어고 입시 경쟁률은 대입제도와 사회분위기에 따라 변동했다.

서울지역 외국어고 입시경쟁률은 97학년도 4.57 대 1에서 98학년도 1.79 대 1로 급락했다. 비교내신제 폐지로 외국어고생들이 내신성적에 불이익을 당하게 된 까닭. 3년새 다시 4.99 대 1로 인기를 회복한 것은 일반고교의 ‘왕따’ ‘폭력’ 등 문제가 심해진데다 대학이 면접을 통해 학교별 차이를 인정하는 분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영외국어고 2년 임소영양의 24시

▽오전 6시〓잠이 많은 소영양은 어머니와 승강이 끝에 오전 6시에 일어난다.

샤워는 ‘무려’ 20분간. “깨끗해야 기분도 좋고 공부도 잘되죠.”

교복을 입고 식탁에 앉으면 6시35분. 고3 오빠와 어제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아침을 먹다 보면 7시가 코앞이다.

스쿨버스를 놓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7시에 집(서울 송파구 올림픽아파트) 앞에서 스쿨버스를 탄다. 이따금 코고는 소리도 들린다.

자리를 양보받는 것은 3학년. 소영양은 선 채로 수연이 창진이와 이야기를 나눈다. “얼굴이 부었네” “머리가 붕 떴네” “귀신 같네”….

▽오전 7시20분〓등교해 교실에 앉으면 바로 명상. 3분 동안 명상음악을 듣는다. 좋은 우화든 최근 시사이야기든, 방송에서 들리는 대로 머리 속을 맡긴다. 수요일인 오늘은 학생들끼리 정해진 책을 돌려읽는 윤독(輪讀) 날. 조선왕조실록을 잠시 읽은 후 예습을 한다. 8시20분부터는 청소시간이다. 당번이 아닌 소영양은 매점에 간다. ‘라면’을 포기하고 5월 덕평수련원에서 가질 2박3일짜리 체육대회 준비를 한다. 영어과 구호를 정하고, 치어걸도 정하고. 짬을 내 자신이 참가할 발야구 연습도 했다.

▽오전 8시50분〓오늘 수업 일정은 좋다. 프랑스어회화에다 특별활동시간이 있는 까닭. 프랑스인 뱅상선생님은 발음이 재미있고 농담도 ‘작품성’이 있다. 외국어고답게 외국어 교과 비중이 엄청나다.

소영양은 독해 회화 듣기 등 영어와 프랑스어에 대해 11단위 수업을 받는다. 수학은 고작 3단위. 9시50분부터 2시간 동안 특별활동시간에 농구를 했다. 단짝 효정양은 포켓볼반. 오늘따라 게임이 풀리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다.

▽낮 12시40분〓지하 식당에서 단체급식으로 점심을 먹는다. 부리나케 식사를 마치고 운동장으로 간다. 또 체육대회 준비. “일반 고등학교보다 운동하는 시간이 많아요. 모두 즐겁게 준비합니다.” 발야구와 농구 연습을 마치고 교실에서 잠시 영어 단어를 외운다. “일반고에선 쉬는 시간에 공부를 하다간 ‘왕따’가 되기 십상이래요. 놀고 싶을 땐 놀면서 거친 친구도 없다는 것이 외고에 다니는 보람이지요.”

오후 3시30분에 정규 수업이 끝나면 다시 특기적성교육이 기다린다. 부족한 과목이나 분야에 대해 수업을 받는다. 6시10분 저녁을 먹고 친구들과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운다. 7시부터 일부는 학원에 가지만 소영양은 학교에 남아 9시까지 공부한다. 토요일에는 오후 6시30분부터 밤 12시30분까지, 일요일에는 오후에 사설 학원에서 영어공부를 한다.

▽오후 9시〓하루 중 가장 신나는 시간. 보람찬 하루가 끝났다. 통학버스를 기다리며 보라 상희양과 떡볶이를 먹는다. 9시40분에 집에 도착하면 어머니가 반갑게 맞는다. 서태지 열성팬인 그는 오렌지와 딸기를 먹고 방에서 서태지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10시반부터 아버지가 골라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고 오늘 수업도 정리한다. 자정에 취침. “1학년때는 새벽까지 공부한 적도 있는데 다음날 수업을 망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오버페이스’를 피하기 위해 자정이면 잠자리에 듭니다.”

◇외국어고 엿보기-해외 유학반,인턴십 프로그램 다채

서울에는 6개 외국어고가 있다. 수업내용은 비슷하지만 학교별로 특성이 있다.

서울외고는 올해부터 해외유학반을 운영한다. 상위 10% 이내 학생은 모두 서울대로 진학할 능력이 있지만 입시제도 탓에 진학을 하지 못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교장이 지난 겨울 한 달 간 외국 대학에 다녀와 나름대로 준비를 마친 상태다.

이화여자외국어고는 전국 외국어고 중 유일한 여학교다. 이 때문에 이화여대 진학률이 매우 높다. 지난 해 졸업생 307명 중 100명 정도가 이화여대에 진학했다. 경기 가평 꽃동네 방문 등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많다. 명덕외고 학생들은 외고로서는 드물게 교복을 입지 않는다. 교사들의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으로 낮은 점이 눈에 띈다. 교사들의 열의가 높고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춘다는 게 학교측 설명.

83년 개교한 대일외고는 외고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됐다. 교사들의 진학지도 경험이 많다. 5월 축제와 봄 가을 체육대회가 열리고 서울의 외고 중 가장 많은 55개 동아리가 있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7개 외국어반을 운영해 가장 많은 언어를 다룬다.

대원외고는 여름방학 때 실시하는 인턴십프로그램이 돋보인다. 이는 언론 정보통신 등 학생이 원하는 분야의 현장체험. 홈페이지를 통해 학부모와 의사소통에 힘쓰고 있다. 월1회 토요일 4시간 수업은 동아리활동으로 대체하는 것이 눈에 띈다. 한영외고는 외국어 수업과 토요일 현장학습, 체육활동 등이 눈에 띈다. 국립국악원 등에서 현장학습을 실시하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체육활동을 유도한다.

◇서울 외국어고교별 특징

학교

특징

대원외고

월1회 토요일 동아리활동, 여름방학 인턴십

한영외고

월별 현장학습, 2박3일 봄 체육대회

서울외고

해외 유학반 운영, 교사평균연령 36세

이화외고

봉사활동, 이대 진학 비율 최고

대일외고

55개 최다 동아리, 외고 중 가장 긴 역사, 가장 많은 7개 외국어반 운영

명덕외고

교복 미착용, 54개 동아리, 교사 평균연령 30대 초반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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