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학교]광주선명학교

  • 입력 2001년 3월 13일 18시 50분


◇지체장애아들이 만든 자연학습장

일반학생들과 어울리는 푸른교실로

“이게 쥐방울덩굴인데 꼬리명주나비와 사향제비나비가 좋아하지. 흰나비는 배추와 유채꽃을 잘 먹는단다.”

13일 광주 남구 주월동 광주선명학교(교장 진화자) 자연체험학습장(사진)에서 봄철을 맞아 잡초를 뽑으며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학생들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이 학교에는 유치부에서 고등부까지 27학급 250명의 지체장애아들이 모여 공부하고 있다.

이 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일반인들의 거북스러운 시선에 힘들어했다. 이 난관을 극복해준 것은 바로 자연체험학습장. 지난해 만든 학습장이 ‘구경갈 만한 곳’이란 입소문이 퍼지자 인근 일반학교와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자연체험학습장이 문을 연 것은 지난해 5월. 김소직교사(환경부장) 등 6명의 교사가 학생들과 힘을 합쳐 반년 가량 준비한 결과였다. 평소 일반 학생들과 통합교육을 생각하던 김교사 등은 학습장에서 장애학생과 일반학생들이 친근하게 어울릴 것으로 기대했다.

환경부 공모전 상금과 교장의 후원금을 합쳐 학교 건물 뒤편 70여평 규모의 텃밭을 자연체험학습장으로 바꾸기로 했다.

비닐하우스를 만든 뒤 그 안에 꽃과 나무를 심고 작은 연못도 만들었다. 은방울꽃과 쥐방울덩굴 프리뮬러(앵초) 할미꽃 등 야생화는 물론 팬지 금잔화 등 300포기의 꽃과 진달래 황벽나무 붉가시나무 등 40그루의 나무를 옹기종기 배치했다.

비닐하우스 한쪽 벽면에는 나비와 반딧불이가 애벌레에서 성충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사진을 크게 확대해 붙였다. 연못에서 각시붕어 피라미 우렁이 다슬기 물방개 물자라 등을 관찰할 수 있게 하고 잠자리와 나비가 날아다니도록 꾸몄다.

“학습장에만 오면 꿈동산에 온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는 김정희양(17·고등부)의 말처럼 재학생들은 이곳을 소중하게 여긴다. 자연수업 시간에 학습장을 방문하는 학교도 생겨났다. 지체아 재학생들을 같은 또래의 일반 학생들과 수업받는 ‘통합교육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의외로 학생들은 ‘편견’이 덜했다. 쉬는 시간에 스스럼없이 손잡고 운동장에서 뛰놀기도 했다.

자녀들의 손을 잡고 찾아오는 주민도 늘면서 10개월 동안 7000여명이 ‘작은 자연’을 체험했다. 최근 광주시교육청도 학습장이 준 긍정적 효과에 눈을 떠 1500만원의 지원금을 약속했다. 김교사는 “장수풍뎅이와 나비 애벌레 등을 많이 키워서 인근 학교에 나눠주고 6월에는 반딧불축제를 열 계획”이라며 “학습장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이해하게 되고 장애 학생들이 일반인들에 대한 ‘두려움’을 없앤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