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짧아지고 '빈 둥지' 황혼 길어졌다

  • 입력 2001년 3월 13일 18시 47분


◇보건사회硏 조사 '40년새 가족주기 변화상'

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金勝權)박사팀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족주기 모형을 토대로 가족이 형성되고 해체되는 과정이 최근 40여년 사이에 어떻게 변했는지 연구했다. 출산 경험이 있는 15∼64세 기혼부인 9872명이 조사 대상.

◇결혼 늦게해도 2세는 빨리

▽1단계〓남녀가 결혼해서 첫 자녀를 낳는 ‘가족 형성기’는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59년 이전에 결혼한 부부는 2.4년이 걸렸지만 지난해 결혼한 부부는 1.2년이었다.

과거에는 결혼 후 첫 임신까지 몇 개월의 간격을 두고 신혼을 즐기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속도를 위반하거나’(혼전임신) 결혼 후 곧바로 임신하므로 자녀를 빨리 낳는다는 얘기. 여성의 결혼 연령이 높아져 임신 및 출산을 늦추기 힘든 점도 이 같은 경향과 연관이 있다.

▽2단계〓‘가족 확대기’는 첫 자녀의 출생에서 막내가 태어날 때까지를 말하는데 종전에 11년 걸리던 것이 2.35년으로 줄었다. 기혼 여성의 취업률이 높은데다 육아에 부담을 느껴 자녀를 한두 명만 갖는 가구가 많아서다.

▽3단계〓‘가족 확대 완료기’는 막내가 태어난 뒤 자녀의 첫 결혼까지. 40여년 사이에 이 기간이 14.8년에서 25.4년으로 늘었다. 자녀수가 적어져 막내 출산이 상대적으로 빨라졌으나 자녀의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수는 적더라도 젊은 세대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남녀 결혼연령이 높아져 교육과 양육 때문에 등이 휘는 시기다. 단순히 가족 수에 따른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변화의 성격이 짙다.

▽4단계〓개혼(開婚)에서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기까지의 ‘가족 축소기’는 확대기와 마찬가지로 점차 짧아졌다. 59년 이전의 10.9년에서 지난해 2.4년으로 줄었다.

◇교육-양육비 부담 크게 늘어

▽5단계〓자녀를 결혼시켜 모두 떠나보낸 뒤 부부만이 남는 ‘빈 둥지 시기’(가족 축소 완료기)는 점점 길어지는 게 불가피하다. 평균 수명이 계속 늘어나고 핵가족화로 노인 부부만 사는 가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6단계〓‘가족 해체기’는 남편이 숨진 뒤 부인 혼자 남는 기간. 8.6년에서 12.2년으로 늘었다. 남녀간 평균수명 차가 더 커져 21세기에는 여성 노인을 위한 복지 서비스 수요가 늘어날 전망.

김승권 박사는 “자녀를 모두 출가시킨 뒤 노인부부만 사는 기간이 길어지는 추세를 감안해 노후 소득을 보장하고 건강을 돌봐주는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며 “자녀가 노부모를 모실 경우 감세혜택을 주는 등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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