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묘, 매장 지고 화장 뜬다…납골당 첨단 추세

  • 입력 2001년 1월 26일 18시 35분


이민 10년 만에 최근 귀국했던 김모씨(37)는 큰 고민거리를 해결하고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경기 안성의 선산에 모셔두었던 증조대부터 부모까지 3대의 유골을 경기 김포시 ‘무량사’라는 현대식 납골당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김씨는 “친척들에게 분묘 관리를 부탁해 놓았지만 내 손으로 벌초도 안하고 성묘도 못하니 큰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았어요. 쾌적한 곳에 모두 모셔두었으니 이제 외롭지도 않으실 거예요”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화장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면서 망자(亡者)를 납골당으로 모시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유족의 취향에 맞춰 납골당도 첨단화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서울시민 55% 화장▼

▽지는 매장, 뜨는 화장〓화장 캠페인과 장묘법 개정으로 매장에 대한 집착이 퍽 수그러 들었다. 땅도 부족한데다 매장되더라도 후손의 봉사(奉祀)를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전국적으로 2000여만기의 묘 중 무연고가 40%에 이른다. 10명 중 4명이 조상의 묘를 돌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 시민의 화장률은 96년 30%에서 98년 36.2%, 2000년 55%로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유교적 전통이 강한 농촌이 포함된 전국 단위의 화장률은 99년 현재 30.7%로 여전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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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상태 공공납골당〓서울 시내 5곳의 시립공동묘지는 98년 이후 화장과 납골사업만 하고 있다.

납골시설은 △벽제리 봉안당 △왕릉식 추모의 집 등 5곳에 있지만 대부분 만장(총 6만여위) 상태다. 경기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추모의 집에 남은 1만7000여위 분량도 올해 말이면 다 차게 된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02년까지 운영할 1만5000위 규모의 납골당을 용미리 묘지 내 1600여평 부지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시 장묘사업소 박호영 과장은 “서울에서 하루 평균 109명이 숨지고 이 중 55%가 화장된다”면서 “벽제화장장은 화장시설과 납골시설을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종 장묘사업 등장〓서울 동대문 프레야타운 내 납골당 분양전문회사 ㈜G파크는 전국 5곳에 항온 항습시설을 갖춘 최신식 납골당 7만여위를 분양하고 있다. 1위당 평균 210만원으로 20% 이상이 분양됐다.

벽제화장장 주변에는 3곳의 납골당이 운영 중이거나 공사 중이다. 한 곳은 수백억을 투자해 서양식 공원 형태로 6만여위를 안치할 수 있는 규모다.

납골당에 유골을 담아 안치할 유골함 생산업체도 많이 생기고 있으며 도자기, 옥, 돌 등으로 제작된 유골함은 수백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화장과 납골은 청결하고 평안하게 모시는 장법(葬法)이기 때문에 1위당 1000만원을 넘어서는 호화 납골시설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납골당 첨단-대형화 추세▼

▽삶 속에 들어온 해외의 납골시설〓“화장실이 집안으로 들어온 것도 따지고 보면 얼마 안됐지요. 섭씨 3000도의 고온에서 화장된 유골은 ‘사리’와 같은 결정체이기 때문에 집안이나 사무실에 두어도 문제가 없지요.”

서울시 장묘사업소 정인준 소장은 생활공간 속에 유골이 존재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한다. 선진국에서는 장묘시설이 주택가와 도로에 인접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덴마크 코펜하겐공설묘지나 스웨덴 우드랜드묘지는 주택가와 경계를 이룬 담을 납골당으로 ‘개량’하는가 하면 공원 내에 소박한 가족 합동 납골당을 만들어 놓았다.

<박희제기자>min07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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