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점 인플레'시대 면접]"당당하되 너무 튀지않게"

  • 입력 2000년 12월 26일 18시 43분


<<“휴…. 또 면접에서 떨어졌어.” 서울 소재 중위권 대학 도서관 휴게실. 방학이지만 공부도 할 겸, 취업정보도 얻을 겸해서 꼬박꼬박 학교로 등교하는 이 대학 경영학과 4년생 김모씨(26)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면접 고배’만 8번째.

서울 소재 한 대학의 취업 정보실. 밥먹듯이 떨어져 ‘면접 공포증’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상담차 자주 찾아온다.

“외국어 실력과 학점이 비슷한 친구는 단번에 붙었는데 왜 저만 자꾸 떨어지는 거죠?”구조조정의 와중에서도 제조 및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인력수요는 계속되고 있다. ‘이상하게’ 면접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은 연말연시에 차분하게 면접전략을 짜봄직하다. >>

대부분의 기업이 면접의 비중을 높였다. 면접경쟁률이 4, 5대 1은 보통이고 10대 1을 넘기도 한다. 면접이 취업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이는 교수들이 제자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학점을 후하게 주는 경향이 있어 ‘학점 인플레’가 심한 데다 필기시험 성적이 높다고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업계에 확고하기 때문.

◆ 사례1

신입사원 70명을 뽑은 SK㈜에서는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및 적성검사를 거쳐 250여명을 추린 뒤 임원급 부장급 과장급 등 3단계로 나눠 면접을 실시했다.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커뮤니케이션 능력. 인력팀 황해동(黃海棟)부장은 “불륜관계인 부부의 사례를 주고 누구의 책임이 더 큰가에 대해 토론을 시킨 뒤 논리력 설득력을 평가했으며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는 태도를 지켜봤다”고 말했다.

요즘 대학생들이 지나치게 감각적인데다 리포트도 인터넷을 통해 남의 글을 짜깁기하는 데 능숙해 사고력과 논리력이 뒤떨어진다고 보고 이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부도유예 협약 대상기업이 되었다. 기업인수합병 규제를 자유롭게 하는 게 좋은가, 창업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게 좋은가’라는 질문을 주고 5분간 프리젠테이션을 하도록 한다. 또는 ‘우리나라 사람이 캐나다 밴쿠버에 스키를 타러 많이 간다. 1년에 몇 명 정도 간다고 생각하나. 추산방법을 얘기해 봐라’는 등의 수리형 질문이 많이 나온다.

◆ 사례2

10월 200여명의 신입사원을 뽑은 삼성생명 최형준 채용담당과장은 “e비즈니스 같은 창의적 분야는 개성을 중시하지만 사무직은 너무 튀면 곤란하다”면서 “동아리활동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동했는지 등을 꼭 점검해 리더십과 책임감을 평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에 플랜트를 수출하는 한 해운회사는 고도의 리더십이 필요한 스킨스쿠버동아리 회장 경력이 있는 한 학생을 필기시험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도 ‘무조건’ 합격시켰다.

안전사고가 잦은 스킨스쿠버의 특성상 회장이 조직을 ‘꽉’ 잡고 있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

일부 출판사나 대기업 등에서는 1박2일, 또는 2박3일간 집단 합숙하면서 성격 지능 운동신경을 평가하기도 하며 노래방 등에서 어떻게 노는지를 보며 적극성 여부를 평가하거나 영업사원과 함께 직접 영업 현장을 뛰며 사람을 다루는 능력을 보기도 한다.

연세대 김농주(金弄柱)취업담당관은 “면접에서 몇차례 떨어졌다고 결정적 결함이 있다고 단정해 우울해 하거나 자신감을 잃지 말고 기업들의 면접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철저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용관·김준석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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