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고교평준화/성남]분당-구시가지 학군분리 쟁점

  • 입력 2000년 10월 17일 19시 06분


《경기 성남(분당), 고양(일산), 부천(중동), 안양시(평촌과 군포 과천 의왕시 포함) 등 고교 비평준화 지역인 신도시의 고교 평준화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국교육개발연구원은 최근 이들 지역 고교 입학제도에 관한 보고서에서 신도시 주민의 70% 이상이 평준화를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학군과 입학전형 등 구체적인 문제를 둘러싸고서는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말까지 신도시 지역에 대한 평준화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한국교육개발연구원에 의뢰, 지역민들의 여론 수렴에 나섰다.

한국교육개발연구원은 17일 성남을 시작으로 18일 고양(일산 한국통신 강당), 19일 부천(부천시청 대강당), 20일 안양(안양시청 대강당)에서 공청회를 잇따라 갖는다. 지역별 고교 입시의 실정과 학군 등 평준화에 얽힌 논란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성남시는 우리나라 고교 입시제도의 축소판이다. 다양한 제도가 혼재하고 있는 만큼 고교 입시제도를 둘러싼 주민들의 갈등도 심한 편이다.

▽실상〓성남시는 3원화된 복잡한 입시 제도를 갖고 있다. 특수목적고와 실업계 고교를 제외하면 20개의 인문계 고교 가운데 구시가지 7개교(분당의 송림고 포함)만 평준화 고교이고 분당지역 8개교와 신구시가지 중간에 있으면서 시설이 낙후된 특수지 학교 5개교는 비평준화고교로 분류된다.

분당의 서현 이매 분당고 등 이른바 ‘명문고’는 ‘선 지원, 후 시험’으로 학생들을 선발한다. 이들 고교에는 구시가지 학생뿐만 아니라 인근 용인시 광주군의 상위권 학생들이 몰려들어 과열된 입시 경쟁이 벌어진다.

분당에서는 고교 입시에서 중학교 내신성적이 중요해 중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입시경쟁을 벌여 전국 최고 수준의 과외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분당 모중학교 3학년생이 고교 입시에 크게 부담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개선안〓교육청은 이 지역을 평준화할 경우 3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남시 전역을 하나의 학군으로 하는 ‘단일학군제’, 구시가지(수정구 중원구)와 분당구를 나누는 ‘2개 학군제’, 신구시가지 중간의 5개 특수지 학교를 별도의 학군으로 나누는 ‘3개 학군제’가 그 것. 용인시 광주군 등 인근 지역 학생들을 수용할지의 여부도 논란거리다.

▽논란〓세 가지 학군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평준화를 주장하는 분당 지역 학부모들은 단일 학군제를 반대한다. 구시가지의 학교가 학력이 낮고 교육시설이 뒤떨어지며 통학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분당만의 평준화’가 보장되는 2개 학군제를 주장한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성남지부 김현숙 교육부장(39·여)은 “평준화가 반드시 도입돼야 하지만 대다수 학부모가 2개 학군제를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시가지 주민들은 자녀들이 이른바 ‘명문고’나 시설이 우수한 학교에 진학하는 기회를 원천 봉쇄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단일 학군제를 주장한다. 최정희씨(43·여·수정구 태평동)는 “같은 시에 살면서 자녀가 우수한 고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단일 학군제가 아니면 분당의 고교로 진학할 수 있는 현행제도가 차라리 낫다”고 주장했다.

3개 학군제의 경우 해당 학교, 학생들과 주변 지역 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해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성남〓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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