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의 기록학대회 참관기]'기록보존'이 역사 바꾼다

  • 입력 2000년 9월 25일 19시 01분


‘기록(記錄)에 관한 국제협의회(ICA)’ 제14차 세계대회가 최근 스페인 세빌에서 열려 약 180개 회원국 약 3000명이 참석했다.

스페인은 두 번째로 세계대회를 유치한 셈이 됐다. 스페인은 15세기 이후 몇 백년에 걸쳐 아시아와 미주를 상대로 침략정책을 쓰면서 식민지로부터 많은 기록과 자료를 실어온 왔고 또 지역 기록과 자료를 만들어 보관하고 연구하기 위해 중요한 도시마다 ‘기록보존소’를 세웠기 때문이다. 인도로 ‘원정’을 떠나는 배들의 본거지였던 세빌의 ‘인도박물관’만 해도 그 시기의 인도를 연구하려면 누구나 오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이다.

이탈리아 출신인 콜럼버스가 이곳에 묻혀 있는 까닭이 그가 스페인 여왕의 재정적 후원으로 ‘신대륙’ 발견에 나설 수 있었고 ‘신대륙’ 기록과 자료를 모두 이곳에 보낸데 있었음이 스페인과 기록학 사이의 역사적 관계를 잘 말해준다.

96년 베이징(北京) 대회의 주제는 ‘기록에의 접근’이었다. 시민 모두가 공공기록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을 때 민주화가 진전될 수 있다는 믿음, 또는 공공기록이 소수의 집권층에게만 접근이 허용될 때 독재의 수단이 된다는 믿음에서 그 주제를 택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기록에의 접근’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던가가 토론됐다.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졌으나 일부 국가의 현실에 우려가 표시됐다.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가 ‘기록 보존소’를 적극적으로 세워야한다고 권고했다.

이번 주제는 ‘정보화사회에 있어서 새천년대의 기록들’이었다. 화두는 ‘전자자료’와 ‘신(新)매체’. 전자자료의 관리와 활용, 그리고 CD(콤펙트 디스크) OD(광디스크) DVD(디지털 버스타일 디스크) 같은 신매체의 보존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토론이 활발했다.

기존의 아키비스트(기록 및 문헌 전문가)들을 재훈련시키는 문제도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또 ‘비 정부 시민단체(NGO)’가 국가와 정부의 전통적인 기능 가운데 적지않은 부분을 수행하게 되리라는 전망 아래, 정확하고 충실하게 기록을 남기고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대회에 외교통상부 국방부 국회 국사편찬위원회 한국기록관리학회 한국국가기록연구원 등으로부터 2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스페인 세빌에서 한국국가기록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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