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하나의 거짓 (Pseudo) 역사물로 읽힌다. ‘이십세기모던이미지댄스구락부’와 미스코시 백화점 갤러리, 카페 아틀란티스 등 개화와 양풍(洋風)의 이미지로 장식된 경성은 실제라기 보다는 감각과 색채만이 과장된 거대한 세트로 비춰진다. 이 세트를 무대로 주인공 해명과 난실이 한 편의 수선스러운 코미디극을 펼친다.
“나라를 찾는 것 보다 변심한 애인을 찾는 것이 더 어렵다”는 해명의 말 속에 ‘역사적 실존’의 무거운 자각이란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다. 하물며 조난실은 거짓말을 통해 자신의 실체를 끊임없이 지워나간다. 총독 암살계획의 총책인 ‘테러 박’은 점차 실체가 희미해지다가 양복점 ‘테일러 박’으로, 가공의 인물로, 조난실로, 마지막에는 드디어 이해명 자신으로까지 모습을 바꾼다.
“지하철에서 거짓을 떠드는 정신병자들… 그들에게 느낀 감정은 부러움이었다.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힘과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작가의 말. 작품 제목은 ‘혹은 미치지 않고’라는 고백을 행간에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올해 스물 여섯 살인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하고 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