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 전국 첫 오염조사 결과…"안전지대 아니다"

  • 입력 2000년 9월 5일 18시 51분


환경부의 환경호르몬 잔류실태 조사는 우리나라의 대기 수질 토양 등 생태계에 생식기 이상을 초래하는 환경호르몬이 얼마나 잔류돼 있는가를 처음으로 밝힌 것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 주관으로 모유와 우유에 대한 다이옥신 등 환경호르몬 검출 여부를 조사한 적은 있었지만 국토 전반에 걸쳐 환경호르몬 오염정도를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환경부는 “조사대상 37개 물질 중 다이옥신을 제외한 36개 물질이 일본에 비해 낮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조사됐고 검출량 또한 극미량”이라고 설명했다. 1pg란 서울과 뉴욕의 거리를 1만㎞로 가정할 때 거리가 0.01㎜에 불과한 양이다.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환경호르몬 오염도가 낮은 것은 우리가 일본에 비해 산업화가 뒤진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나라가 환경호르몬의 안전지대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반월공단 지역의 경우 다이옥신 농도는 일본보다 평균 2.5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스페놀A, 프탈레이트류 중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를 포함한 유기주석(TBT), 폴리클로로네이티드비페닐(PCB), 베노밀, 헥사클로르벤젠 등 환경호르몬 추정 물질이 광범위하게 검출됐다. 이들 물질은 컵라면 용기 젖병 등 플라스틱제품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생태계의 이상징후도 포착됐다. 의암댐의 수컷 줄납자루에서는 수컷 생식기 한쪽 끝에 격막 비슷한 조직이 관찰됐으며 경남 하동에서 채취된 암컷 황소개구리에서는 난소에서 정소로 변환중인 일부 조직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는 해당물질이 먹이사슬을 통해 생물체에 농축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조사 및 연구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면서 환경호르몬 가운데 다이옥신 등 특정유해물질에 대한 통합관리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다이옥신 등 특정유해물질관리특별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또 특별단속반을 구성해 환경호르몬이 높게 검출된 반월공단을 비롯한 공단지역의 오염물질배출업소에 대한 정기적인 지도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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