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에 둥지 튼 조각가 김승환씨 가족

  • 입력 2000년 7월 2일 20시 11분


서울 마포에서 승용차를 타고 강변도로와 46번 국도인 경춘가도를 거쳐 1시간여 동안 달리자 시원한 골바람이 부는 ‘축령산 자연 휴양림’ 입구가 보였다. 그 곳에서 다시 수동관광단지로 향하는 362번 지방도로를 따라 12㎞ 들어가자 40여 가구가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는 언덕 위로 조립식 건물 두 채가 서 있다. 조각가 김승환씨(38)와 부인 정란기씨(34)가 두 남매를 데리고 살고 있는 생활터전이자 작업공간이다.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외방3리.

이들은 5년 전 친구의 권유로 이곳에 들어오게 됐다.

“이탈리아 유학에서 돌아와 보니 서울의 무미건조한 생활을 견뎌낼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친구가 축령산 주위의 수려한 경관을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기에 구경삼아 왔다가 너무 좋아 그냥 눌러앉게 됐지요.”(김승환씨)

김씨 부부는 이 곳에서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직접 집을 짓기로 했다. 95년 10월 480여평의 밭을 사들여 절반 가량을 대지로 바꾼 뒤 조립식 건물로 30평 작업동과 20평 생활집을 짓고, 나머지 터에는 자두 사과 등 과실수와 야채를 심었다. 토지구입비 1억2000여만원, 세금을 포함한 건축비 4000여만원 등 총 1억6000만원 정도가 들었다.

“망치소리 기계톱소리가 심하게 나는 조각작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늦은 밤에도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들어도 누구 하나 탓하는 사람이 없어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일을 하니 피곤한 줄도 모르겠고요.”(김승환씨) “한적한 농촌생활은 편하고 자유스러운 게 최고의 장점이에요.”(정란기씨)

그러나 김씨 부부는 한가로운 전원생활에 만족하지 않고 무척 바쁘게 보내는 편. 조각가인 남편은 서울대 등 3개 대학 강사로 출강하기 위해 1주일에 3번 정도 서울 나들이를 하고, 개인전시회 그룹전시회 등에 출품할 조각품을 만드느라 밤샘 작업을 수시로 한다.

인 정씨는 대학원을 다니면서 번역일을 부업으로 삼고 있어 하루 종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딸 지수(7)와 유치원생인 아들 우석(5)은 평일에는 수업을 마친 뒤 오후 5시까지 학원과 유치원에서 각각 피아노와 속셈 등을 교육받는다.

정씨는 “도시 아이들과 별 차이 없이 교육받고 있지만, 사귀는 친구들이 밝고 순해서 서로 싸우는 일은 거의 없다”며 만족해 했다.

주말이면 김씨 부부는 아이들과 특수제작된 자전거로 축령산을 오르내리며 체력을 단련하기도 한다.

처음 이 곳에 정착한 이후 이들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기존에 살고 있던 이웃들과 어떻게 친해지는가였다.

그래서 이들은 명지대 교수, 퇴직 외교관, 사업가 등 7가구의 외지인들과 함께 잡초제거 작업을 벌이거나 명절에는 윷놀이 연날리기 등 전통놀이를 즐기며 어울려왔다.

이장 박근주씨(45)는 “서울 사람이라고 해서 특별한 간격을 두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고로쇠수액 채취 활동을 함께하면서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호젓한 전원생활이 더없이 좋지만 아이들이 중학교에 진학할 때도 이 곳에 계속 살아야 할지는 아직 장담하지 못한다. 김씨는 “5∼6년 뒤 살림집은 서울 근교로 옮기고, 이 곳에는 작업실을 겸한 조각공원을 조성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남양주〓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