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이진우교수, 인문학중진 공저 ‘표현인문학’ 비판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지난달 말 포항공대 박이문 명예교수(철학), 연세대 유종호 석좌교수(국문학), 숙명여대 김주연(불문학), 이화여대 김치수(불문학), 정대현교수(철학) 등 명망있는 인문학자 여덟 명이 내놓은 공동저서 ‘표현인문학’(생각의나무)에 대해 소장학자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교수신문’ 최근호는 ‘표현인문학’에 대한 한일장신대 김영민(철학), 계명대 이진우교수(철학)의 비판을 실었다.

‘표현인문학’에서는 우리 시대 인문학이 ‘고전읽기’라는 인문학의 ‘이해’ 단계를 넘어 ‘글쓰기’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자기 표현’이라는 적극적 자유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래 인문학이 고전 이해를 통해 인간 본질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표현인문학은 이해는 기본이고 직접 글을 쓰는 등의 방식으로 ‘이해한 것’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미 여러 해 동안 논문 형식이 아닌 쉽고 창조적인 글쓰기를 주장해 온 김영민교수는 “‘표현인문학’의 취지에는 동의하나 실제로 ‘이해인문학’을 넘어선 구체적 대안을 내놓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문학의 주된 관심이 ‘자유가능성의 확장’과 관련된다는 ‘표현인문학’의 주장에 대해서도 너무 포괄적이라고 평하면서 “자연과학의 ‘성장’, 사회과학의 ‘자유’, 인문학의 ‘성숙’이라는 세 가지 특성이 결합되는 일련의 학제적-통합적 활동이 필요하다”며 논의의 구체화를 요구했다.

한편 이진우교수는 ‘표현인문학’에서 고려대 김우창교수(영문학)와 함께 인문적 활동의 핵심을 ‘비판’으로 보는 학자의 한 사람으로 지목됐던 학자. ‘표현인문학’에서는 이교수가 강조하는 비판 정신을 인문학의 필요조건으로 제안할 수는 있겠지만 “인간 사유는 비판을 이미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비판을 인문학의 핵심으로 지목하는 것은 공허하다”고 지적했었다. 이에 대해 이교수는 “전통과 역사 속에 침전된 인간다움에 관한 비판적 성찰 없이 어떻게 인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결국 표현인문학이 인문학으로서 정립되려면 현대사회에서 인간다움을 훼손하고 억압하는 부정적 계기에 대한 비판이 선행해야 할 것”이라며 인문학에서 ‘비판’의 근본적 중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김우창교수가 주도하는 ‘비평이론학회’의 반년간지 ‘비평’에서도 ‘표현인문학’을 다룰 예정이어서 인문학의 방향 설정과 관련해 논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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