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사회학자 루만 '사회의 예술' 일부 국내 첫 번역

  • 입력 2000년 5월 29일 19시 28분


위트겐 하버마스와 함께 독일 사회학의 양대 거두로 꼽히는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1927∼1998)의 주요 저작중 일부가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루만이 1995년 발표한 ‘사회의 예술(Die Kunst der Gesellschaft)’중 제4장이 최근 발간된 ‘세계의 문학’ 여름호에 완역 게재됐다. 비록 문학예술 분야에 한정되어 있지만 소문으로만 듣던 그의 ‘사회체계 이론’의 일단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루만은 파슨스의 ‘구조기능주의’를 수용해 독자적인 ‘시스템 이론’을 발전시켰다. 사회의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자기 이론의 핵심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자기산출 체계’를 관철시키는데 평생을 바쳤다.

1984년 ‘사회 체계들’을 필두로 경제 법 예술 등 사회 부문영역을 잇따라 다룬 두툼한 저서가 이에 해당된다.

여기서 루만은 근대사회의 특징을 ‘기능의 분화’로 보고, 이렇게 생겨난 사회의 각 체계들은 독특한 자기산출 시스템을 갖는다고 파악한다.

즉,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생물체처럼 사회의 각 체계도 변화하는 사회환경에 대응하는 기능을 자율적으로 만들어 간다는 것. 좌파 이론가인 하버마스는 사회의 변화를 소홀히 다루는 루만 이론의 보수성을 겨냥해 ‘체계의 제국주의’라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루만의 체계 연구는 20세기 후반 사회학에 음양으로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하버마스조차도 루만과의 논쟁을 통해 시스템 이론의 일부를 수용해 ‘체계와 생활세계’란 개념으로 발전시켰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만의 이론이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못한 이유는 기능주의적 관점이 갖는 보수성과 함께 독해하기 까다롭기로 악명높은 방대한 저작과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오지랖 넓은 이론의 난해함 때문이다.

해체의 깃발을 내세운 포스트모더니즘에 휩쓸린 구미 학계에서는 사회체계에 대한 일반론을 세우려는 루만의 시도를 ‘지나간 옛노래’쯤으로 폄하해왔다.

정신문화연구원 박영도박사(사회학)는 “루만의 체계론은 기능주의중에서도 혁신적인 사고를 담고 있다”면서 “후학들이 독일 학계의 주류에 진입하고 있어 머지않아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정훈기자> 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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