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문구 황석영 이문열, 새봄 새작품 선보인다

  • 입력 2000년 2월 28일 19시 51분


이문구(59) 황석영(56) 이문열(52). 한국 문단의 기둥을 이루는 50대 문인 세 명이 각각 장편소설과 창작집을 준비 중이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세 중진 작가의 문학적 성과는 3월 이후 차례차례 책으로 묶여져 나올 예정이어서 독서가에 상당한 반응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으로 추대된 이문구는 1994년 장편 ‘유자소전’ 이후 6년만에 단편 7편을 묶어 창작집을 내놓는다. 문학동네가 펴낼 책의 제목은 아직 미정.

농촌을 배경으로 한국 사회의 변화상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60년대 ‘우리동네’, 70년대 ‘관촌수필’ 연작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이씨는 “‘관촌수필’이 70년대의 고유한 농촌풍경을 묘사했다면, 이 책은 우루과이라운드 WTO IMF 등으로 상처입은 90년대의 농촌이 상황변화에 대응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문구는 얼마 전에도 이번 창작집과 비슷한 분위기의 산문집 ‘줄반장 출신의 줄서기’(학고재)를 펴낸 바 있다.

줄반장 출신 보통사람의 눈에 담겨있는 이웃과 사회에 대한 따스한 사랑과 진지한 성찰, IMF 이후 물질적 정신적 황폐화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방북과 수감생활 등 10여년의 공백기간을 가졌던 황석영은 99년 1월부터 13개월 동안 동아일보에 연재된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을 정리, 3월 중에 창작과비평사에서 책으로 내놓을 예정.

80년 사회변혁운동에 참여했다가 체포돼 장기복역을 마치고 석방된 오현우를 통해 ‘이념의 시대’였던 80년대와 이상이 사라진 90년대의 시대적 총체상을 조망한 작품이다.

작가는 “우리가 살아온 같은 시대 어느 남녀의 긴 사랑에 대한 기록이며, 가녀린 개인의 삶을 통해 역사를 드러내 보고자 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문열은 98년 12권의 장편 ‘변경’ 연작을 마무리한 뒤 처음으로 장편소설을 내놓는다.

97년 ‘선택’ 이후 3년만에 내놓는 비자전적 작품으로 제목은 ‘아가’(雅歌)와 ‘옛 사랑을 위하여’ 등을 놓고 저울질 중. 민음사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작가는 “재산도 가족도 갖지 못한 한 여인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면서 수행하는 두 기능, 즉 사회 구성원으로서 재화를 생산하는 기능과 성(性)적 파트너로서의 기능을 조감해보려 했다”고 말했다.

주인공은 시골 공동체사회에서 주된 놀림감이 되는 백치이기도 하다. 이씨는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위에서 이런 존재들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며 “어떤 특별한 존재양식은, 인식하는 인간들이 있을 때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는 ‘기호(記號)의 문제’도 다루어 보았다”고 말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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