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자녀 소비습관]용돈 맘대로 쓰게… 잘못은 꼭 지적

  • 입력 2000년 2월 21일 19시 42분


“3000원 다 어디에 썼니?”

삼성경제연구소 조영빈수석연구원(37)과 아내 신선호씨(37)는 학교 바자회에 다녀온 딸 윤영(10)을 앉혀놓고 물었다. “꼭 필요한 것을 잘 골라서 사보라”고 준 돈으로 윤영이 사 들고 온 것은 동생 윤식(5)의 셔츠(200원)와 모자(100원), 자신의 머리띠(300원)뿐.

윤영은 반 친구에게 1000원짜리 옷을 사주고 함께 떡볶이를 사먹는 데 나머지 돈을 다 쓴 것이었다.

호되게 꾸지람을 들은 윤영은 훌쩍 훌쩍 울기 시작했다. “남에게 베푸는 것은 네가 땀 흘려 번 돈으로 하라”는 교훈을 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디지털시대의 용돈〓‘디지털시대의 경제활동’이 주 연구분야인 조연구원은 윤영이가 꼭 필요한 곳에 돈을 써서 ‘돈의 흐름을 원활히’ 만드는 소비생활을 하기 바란다. 경제활동의 속도가 빨라지는 디지털시대에는 과소비를 해서 ‘거품’을 만들거나, 무조건적인 저축으로 경기를 얼어붙게 만들면 그 영향이 자신에게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린이도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첫 소비는 초등학교 1학년 때〓윤영이가 처음 자기 손으로 돈을 써 본 것은 8살 때. 돈 쓰는 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줍음을 많이 타는 윤영이에게 배짱을 키워주기 위해 돈을 쥐어주고 무작정 내보냈다. 윤영은 동네 슈퍼에 가서 라면과 콩나물 등 식료품을 사들고 ‘무사히’ 귀가, 한동안 ‘무용담’을 늘어 놓으며 즐거워했다.

▽철저한 소비품평〓 “뭐 사먹었어?” “아이스크림.” “어떤 아이스크림?” “부라보콘이요.” “맛이 어땠어?” “땅콩이 많이 박혀 있어서 고소했고요….” “얼마 주고 샀니?”

주급이나 월급은 없다. 월 5000원 이내에서 필요할 때마다 엄마에게 돈을 받아 쓴다. 윤영은 1주일에 한두차례 1000원씩 받아서 간식과 학용품 등을 산 뒤 엄마와 얘기를 나눈다. 가끔 엄마가 준 돈에서 100∼200원씩 빌 때가 있다. 짐작컨대 문방구에 있는 간이 게임기에 넣는 것 같지만 이 정도의 ‘지하경제’는 인정해 주기로 했다.

▽금융기관과 공조〓세뱃돈과 친척들이 주는 용돈은 직접 은행에 가서 모두 자기 통장에 넣는다. 윤영이 두 살 때 만든 통장에는 현재 70여만원이 들어 있다. 저금을 할 때마다 윤영은 “이번에는 통장에 뭐라고 적혀 나올까?”하고 궁금해 한다. 통장의 잔액이 표시되는 난 앞에 조연구원의 부탁을 받은 은행원들이 ‘저금 잘하는 예쁜 윤영’ ‘알뜰하고 착한 윤영’ 등의 글을 찍어 준다.

▽5학년부터 월급제로〓조연구원 부부는 윤영이가 5학년이 되면 월급제를 도입할 계획. 매달 1만원을 주고 스스로 예산을 세워 돈을 쓰도록 할 방침이다. 월정액의 기준은 편의점에서 600∼1000원에 사먹는 스노아이스의 값.

“이 때부터는 다양성을 경험시킬 생각입니다. 매번 부모에게 허락을 받다보면 소비가 위축될 수도 있기 때문에 소비품평도 중단할 예정입니다. 한꺼번에 돈을 다 쓰는 시행착오도 겪겠지만 5학년이면 스스로 착오를 수정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됩니다.”

<나성엽기자> 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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