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분쟁'… 유명가수 對 음반사 / 문인들 對 출판사

  • 입력 2000년 2월 8일 20시 19분


《멀티미디어 시대의 저작권 환경이 변하고 저작권에 대한 국민의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문화계에 저작권 분쟁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문화관광부 산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의 지난 한 해 동안 상담 건수도 1998년에 비해 35.7%가 늘어난 278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최근 유명 가수와 문인들이 음반사와 출판사와 저작권 공방을 벌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 조용필-지구레코드회장 ▼

최근 나온 조용필의 30주년 기념 음반. 여섯장의 CD에 60여곡을 담았다. 그런데 수록곡 중 ‘나는 너 좋아’ ‘못찾겠다 꾀꼬리’ ‘단발머리’ ‘일편단심 민들레야’ ‘여행을 떠나요’ 등은 조용필 본인이 작곡했음에도 음악저작권협회에 저작권료를 지불하고서야 녹음할 수 있었다. 이 노래들과 관련한 복제 배포 공연 방송권 등 저작권의 여러 권리 중 음반을 만들고 파는 복제 및 배포권이 조용필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권리는 지구레코드 회장인 임정수씨가 소유하고 있다.

임씨는 86년 12월31일 조용필씨와 음반 프로덕션 계약을 하면서 ‘창밖의 여자’ ‘고추잠자리’ 등 31곡에 대한 ‘저작 재산권 일부양도’ 계약을 함께 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31곡에 대해 복제배포권 유무형복제권 등은 임씨가, 무대 공연 및 방송권은 조씨가 갖도록 돼 있다. 즉 조씨는 ‘창밖의 여자’ 등을 공연장이나 방송무대에서 노래로 부를 수 있으나 음반으로 만들어 파는 것은 임씨가 권리를 위탁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

조씨와 임씨는 이 31곡에 대한 권리를 둘러싸고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조씨 측이 서울지법과 고법에서 패소한 뒤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 고법은 99년 11월 “쌍방의 계약이 불공정한 법률행위이며 착오였다는 조씨 측 주장에 대해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복제권이 임씨에게 있다고 판시했다.

저작권관련단체와 가요계에서는 “명백한 계약서에 따른 형식 논리 외에 계약을 맺은 86년말은 국내 저작권법이 30여년만에 처음으로 개정된 시점이어서 저작권에 대해 계약 당사자나 가요 관계자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는지 감안해야 하며 저작권보호의 근본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작곡가는 “86년말 당시 저작권에 대해 이해하고 있던 가요 관계자들은 극소수였다”면서 “특히 곤궁한 처지에 있는 가수나 작곡가는 저작권이 향후 여러 파생 상품을 낳을 것을 모르고 급하게 계약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조용필의 매니저였던 유재학씨는 “우리는 ‘복제 및 배포권을 넘긴다’는 조항을 ‘판권을 넘기는 것’으로 이해했지, 악곡 전체에 대한 배타적 권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임회장은 이에대해 “조용필씨와 저작권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계약서가 명백한 이상 다른 말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허엽기자> heo@donmg.com

▼ 저작권협회-문학사상사 ▼

해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두고 맞고소 송사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이하 저작권협회)는 99년 1월 이상문학상 수상작가의 위임을 받아 이 상의 주관사인 문학사상사를 ‘저작권침해’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뒤 이 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자 저작권협회가 항고한 상태. 저작권협회는 이와 별도로 99년 12월 서울지법에 ‘수상작품집의 제작 복제 배포금지 및 6000만원의 사용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문학사상사는 이에 맞서 “이미 무혐의 결정이 내려진 건에 대해 모함을 하고 있다”며 무고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최근 저작권협회 관계자들을 고소했다.

양측 주장이 맞서는 핵심은 ‘저작권’에 관한 해석.

문학사상사 측은 ‘이상문학상 운영규정’ 제6항의 ‘대상 수상작품의 출판 저작권은 문학사상사에 귀속된다’를 근거로 “수상자가 저작권을 문학사상사에 양도한 것”이라면서 “상금이 곧 저작권양도료”라고 주장한다.

저작권협회 측은 문학사상사 측이 ‘출판권’을 ‘저작권’으로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행 저작권법 제57조는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처음 출판한 날로부터 3년간의 출판권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저작권협회 측은 3년의 시한이 지나면 저작권자인 작가들에게 상금과는 별도의 인세가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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