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설/영화] '반칙왕' 김지운감독 인터뷰

  • 입력 2000년 2월 3일 10시 35분


‘반칙왕’의 김지운감독(36)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데뷔작 ‘조용한 가족’에서 한 가족의 우연한 살인극을 통해 ‘코믹하고 잔혹한’ 웃음을 선사하더니 ‘반칙왕’에서는 요절복통 코미디와 따뜻한 드라마를 오차없이 뒤섞는 재주를 보여준다.

‘반칙왕’의 첫 아이디어는 영화 ‘정사’의 시나리오 작가 김대우씨로부터 나온 것. 김감독은 “평범한 사람이 반칙을 일삼는 레슬링 선수가 된다는 딱 한 마디만 듣고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반칙왕’은 그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

―프로 레슬링뿐만 아니라 세트, 신파 영화가 나오는 TV, 송강호가 꿈 속에서 가수 남진의 흉내를 내는 것까지 70년대를 연상시킨다.

“70년대는 암울했지만 ‘대중문화의 르네상스’였다는 생각이 든다. 레슬링도 그 때는 국민적 스포츠였고 김일 선수는 최초의 국민적 영웅이었다. 내겐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다. 우리가 너무 빨리, 쉽게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그 분위기를 재현하고 싶었다.”

―배우 송강호의 레슬링 연기가 아주 리얼하다.

“그가 고생을 많이 했다. 배우가 레슬링 기술을 배워 현역 선수도 감당하기 어려운 장면을 직접 연기하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주인공은 결국 승자도, 패자도 아닌 채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승패는 의미없다. 중요한 건 한 번도 자신을 극복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한계에 다다른 공포를 이겨내고, 몸을 날려 육체적으로 월등한 사람과 막상막하의 게임을 벌였다는 거다. 그런 변화가 이 영화의 테마다.”

김감독은 연극 연출을 하다 97년 교통사고로 목돈이 필요해 시나리오 공모전에 낸 ‘조용한 가족’이 덜컥 당선되는 바람에 영화감독이 됐다. “언젠가는 감독을 하겠지만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던 그는 3년만에 충무로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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