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중심되는 인테리어 꾸미기]

  • 입력 2000년 1월 6일 20시 06분


주부 장매희씨(44·서울 동작구 사당동)는 지난달 44평 아파트에 이사하면서 십년간 끌고 다니던 소파며 장롱, 장식장들을 모두 처분했다. 널찍한 거실에는 낮은 문갑과 나무소파, 탁자가 전부.

“단출하게 살고 싶어서요. 대부분 아파트에 들어서면 응접세트가 마치 주인같이 거실 중앙에 버티고 있고 사람은 오히려 소외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또 내가 직접 정리하고 가꿀 수 있을 만큼만 펼쳐놓고 살려고요.”

그러나 아직도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집안’을 꾸미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커다란 디지털TV, 소음없는 대형냉장고, 물소가죽 소파를 장만하는 것도 좋지만 식구들을 정말 화목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인테리어법은 없을까.

◆거실

건축가 서현씨는 “거실에 TV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TV가 거실에 들어오면서 거실의 모습을 한쪽엔 TV, 한쪽엔 소파로 고정시켜 가족간 대화를 막아버렸다는 것.

차라리 TV를 치우고 거실을 식구들이 모이는 가족실로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이들 컴퓨터를 거실에 놓으면 지나치게 컴퓨터에 몰두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안방

장씨네 안방 역시 침대가 주인이었다. 다만 평상을 3개 이어 놓은 것이어서 나지막하고 안정감 있게 보인다.

서씨는 “안방을 다용도로 활용해야 하는데 침대가 들어오면서 원천적으로 봉쇄됐다”고 말한다. 온돌식 난방을 하는 아파트에서는 안방만이라도 가족들이 뜨끈한 방바닥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면 집안 분위기가 달라진다.

◆부엌

대부분의 아파트 부엌은 싱크대와 가스레인지의 위치가 주부가 벽을 보고 일하게 돼 있다. 식탁에 와 앉았거나 거실에 있는 가족들로부터 주부를 소외시키는 구조.

인테리어 전문가 심정주씨(심인테리어 대표)는 가스레인지나 싱크대의 방향을 180도로 바꾸어 식탁과 나란히 설치하는 ‘아일랜드 키친(Island Kitchen)’을 제안한다. 음식을 만들면서, 또는 설거지하면서 식구들과 이야기할 수 있어 주부가 한결 행복해진다.

◆베란다

일반 아파트의 경우 창고가 없어 아파트에서 유일하게 밖과 소통하는 공간인 베란다가 창고로 변해버렸다고 서씨는 지적한다.

장씨도 그것이 안타까워 붙박이장을 설치, 당장 쓰지 않는 살림도구들을 깔끔하게 수납했다. 대신 베란다에 30㎝ 높이로 마루를 깔아 그 위에서 서로 마주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더니 마을오는 이웃주부들도 편안해한다고 했다.

“한옥에서는 바깥의 자연경치를 이용하는 것을 차경(借景)이라고 한다지요. 여기 앉아 바깥을 보면 굳이 명화를 걸어놓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멋있는 ‘그림’을 즐길 수 있어요.”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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