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사장님! 아무도…'/아사히맥주의 '성공신화'

  • 입력 1999년 12월 17일 19시 23분


▼ '사장님! 아무도 우리 제품을 받아주지 않습니다' 후지사와 마야코 지음/ 이규호 옮김/ 모색펴냄 ▼

53년당시33.5%로업계 1위였던 시장점유율이65년23.2%, 75년13.5%,85년에는9.6%.86년부터 회복을 시작해 98년 점유율 34.4%로 업계 1위.

110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 제일의 맥주회사가 파산 직전까지 추락했다가 다시 1위를 탈환한 이야기를 그린 ‘아사히 맥주’의 대 역전 드라마다.

49년 구조조정에 따라 기업이 분할된 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쇠락해 가던 아사히맥주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던 ‘기린맥주’와의 싸움에 나선 것은 82년.

경영진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소비자지향, 품질지향, 인간성 존중, 노사협조, 공존공영, 사회적 책임 등의 경영이념을 정했다. 이어 회사 마크를 새로 만들어 ‘기업이미지 통합전략’과 ‘전회사 차원의 품질관리’를 시도했지만 정상탈환은 쉽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유서깊은 아즈마바시의 공장까지 매각되고 시장점유율은 계속 떨어졌다. 직원들이 입에서는 “사장님! 아무도 우리 제품을 받아주지 않습니다”는 말이 터져나왔다.

이때 경영진이 젊은 사원들과 함께 해결책으로 찾아나선 것이‘소비자의 입맛’. “누룽지 먹던 세대와 햄버거 먹는 세대의 미각과 기호에 차이가 있는 게 당연하다면 새로운 소비자의 미각에 맞는 맥주를 제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5000 명의 기호와 미각 조사 결과 찾아낸 맛의 방향은 ‘단맛’과 ‘상쾌함’이었다. 젊은 소비자들은 ‘입 안에 들어왔을 때의 단맛’과 ‘목을 넘길 때의 상쾌함’을 원했다.

86년 아사히는 100년 가까이 사용하던 마크를 바꾸는 결단을 내리고 전사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새로운 이미지통합을 추진했다. 신선한 맥주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재고가 적은 2월을 출시일로 정하고 3개월이 지난 맥주를 회수하기 위해 10억엔의 회수비용을 책정했다. 신상품은 순조롭게 매출이 늘어갔다.

아사히맥주는 이 신상품을 출시하기 사흘 전 이미 다음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이번에도 기준은 소비자의 기호변화. 기술개발팀은 초중고생의 기호변화에 주목했다. 육류중심의 메뉴를 좋아하는 아동이 71년 63%에서 77년 82%, 88년 95%로 늘어가고 있었다.

신제품의 방향은 “동물성 지방의 과잉 섭취에 따라 음료나 요리에서는 담백한 것을 요구하게 된다”쪽으로 잡혔다.

암호명 ‘FX’의 이 신제품은 87년3월17일 ‘슈퍼드라이’로 탄생했다. 발매 1년만인 88년 점유율 20%를 돌파하며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아사히맥주는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매각했던 아즈마바시 공장 부지를 다시 사들여 새로운 본부건물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아사히맥주의 성공요인은 무엇보다도 개인의 창의성과 변화를 중시하는 기업문화로 사풍을 변화시킨 데 있었다. 고객의 입맛을 따라잡아야 하는 맥주회사의 특성을 감안한 조치였다. 사장에게 메일을 보내면 반드시 답장이 오고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품질리콜센터도 연일 방문객들로 붐빈다.

97년 6월 ‘슈퍼드라이’는 기린맥주의 ‘라거’를 제치고 탑브랜드가 됐고 98년 12월 아사히맥주는 45년만에 연간출하량에서 기린맥주를 추월했다. 부동의 서열이 무너진 뒤 몇년째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한국 맥주업계의 얘기와 너무나 흡사하다. 221쪽 8500원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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