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가 흐르는 漢字]망제(望祭)

  • 입력 1999년 8월 19일 19시 11분


옛날 우리 선조들은 祖上(조상)이 죽는 것을 ‘移民(이민) 가는 것’ 정도로 여겼다. 즉 다른 세상으로 옮겨갔을 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죽은 祖上은 생전 모습 그대로 존재하며 인간의 五感(오감)을 다 가지고 있어서 항상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러므로 잘 모시면 福(복)을, 그렇지 않으면 禍(화)를 내린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福은 조상이(示) 재물을 가득 채워준다(·가득찰 복)는 뜻이며 禍는 그 반대로 집안을 온통 망가뜨린다(·이그러질 괘)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 조상을 모시는 구체적인 방법이 祭祀(제사)다. 한자에서 示는 祭壇(제단) 위에 祭物(제물)을 올려놓고 祭祀를 지내는 모습을 형상화한 상형문이다. 이 때문에 示자가 들어 있는 모든 글자는 조상이나 귀신, 나아가 그들에게 祭祀를 지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祭祀는 四禮(사례·冠婚喪祭) 중 마지막 儀禮(의례)에 해당된다(7월2일자 ‘慶弔事’ 참고). 후에 공자의 유교가 성행하면서 조상에게 孝(효)를 실천하는 한 방법으로 중시되었다.

지금은 그냥 祭祀라고 하지만 옛날에는 구별이 매우 엄했다. 祭祀 자체부터 구별되었는데 地祇(지기·땅귀신)에게 올리는 제사를 祭, 天神(천신·하늘의 신)에게 올리는 제사를 祀, 宗廟(종묘)의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를 享(향)이라고 했다. 이밖에 우리가 잘 아는 祈雨祭(기우제) 時祭(시제) 忌祭(기제) 路祭(노제), 심지어 祝祭(축제)도 하나의 祭祀다. 하지만 祭祀 두 자 모두 ‘示’자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목적은 동일함을 알 수 있다.

한 작가가 북한에 계시는 아버지에게 望祭를 올렸다고 하여 화제다. 望祭 역시 祭祀의 일종임은 물론이다. 먼 곳에 계시는 조상의 무덤을 향해 올리는 祭祀인데 본디는 옛날 중국의 천자가 九州(구주)의 名山大川(명산대천)을 향해 올렸던 제사에서 유래되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 행했던 望闕禮(망궐례)나 望陵禮(망릉례)와 비슷하다. 직접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상의 墓所(묘소)조차 갈 수 없다는 데 분단의 비극이 있는 것이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chung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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