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흔들리는 사회보험(上)]직장인의 불만

  • 입력 1999년 5월 9일 19시 54분


《국민연금 확대실시에 이어 내년 1월 의료보험 통합을 앞두고 봉급생활자의 불만이 적지않다. 모든 국민에게 연금과 의료 혜택을 줌으로써 복지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사회보험의 취지. 그러나 고질적인 조세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소득이 완전히 노출된 봉급생활자의 희생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사회보험의 근간을 흔드는 소득 파악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5년째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회사원 김모씨(32)는 지난달 월급명세서를 보고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기본급 98만2천원에다 중식대 교통비 가족수당 등 각종 수당을 합친 소득총액은 1백32만7천원.

여기서 국민연금 8만3천7백원, 소득세(주민세 포함)1만8천2백80원, 의료보험료 1만6천3백50원, 고용보험료 5천9백90원 등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합쳐 12만4천3백20원이 공제됐다.

거기에 전세를 얻느라 빌린 대부금의 이자와 개인연금보험 노조회비 경조금을 추가로 떼고나니 수중에 81만3천3백원이 남은 것.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자동차를 세워둔 지 오래됐지만 이 돈으로 한달을 어떻게 살아야할 지 난감하기만 했다.

김씨는 “국민연금에 이어 의료보험료도 곧 인상된다는데 봉급생활자의 돈으로 사회복지를 이루려고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시내 변두리에서 12평 규모의 인테리어업을 하는 정모씨(33)는 “IMF사태로 가게운영이 어려워져 5백만원이나 되던 한달 수입이 3백만원으로 떨어졌다”며 그러나 이 정도 수입에 세금을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국민연금의 권장신고소득에 따른 보험료가 6만원으로 나왔으나 돈이 없다고 말하자 2만9천원으로 깎아줬으며 현재 의료보험료는 2만원을 내고 있다”며 “출퇴근시간도 따로 없고 아내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기 때문에 봉급생활자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양복점을 운영하는 50대 초반의 김모씨. 60세가 얼마남지 않은 김씨는 많은 연금을 타고 싶어 월 매출액 1천5백만원에 상응하는 연금 보험료를 내려했으나 포기하고 말았다. 동사무소 직원이 김씨가 연매출액 4천8백만원 이하의 간이과세대상자로 잡혀 있다고 말해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면 새로 세금이 부과될까 두려웠다는 것.

봉급생활자와 자영자의 소득 평가를 둘러싼 논란은 국민연금 확대실시와 의료보험 통합 과정의 최대 장애물로 등장했다.

그러나 대다수 직장인들이 분노하는 대상은 영세한 구멍가게나 소규모 자영자들의 소득 평가가 아니다. 문제는 고소득 자영자와 의사 변호사 한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종이다.

휴폐업 등 특별한 사유도 없이 직장인 가입자의 평균소득(1백44만원)보다 훨씬 낮게 신고한 사람이 의사 6백45명, 치과의사 6백6명, 한의사의 경우 6백34명이나 된다.

지난해 10월 통합한 지역의보와 공무원교직원의보의 운영 실태를 보자. 지역의료보험료가 인상되기 직전인 올 4월 전국에서 부유층이 가장 많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주민에 대한 월평균 의료보험료는 3만6천9백45원.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에 따라 소득 재산 자동차를 감안해 부과된 금액이다.

공무원 보험료가 57% 인상되기 직전인 98년말 현재 공무원 의보료는 4만1천2백50원. 박봉이라는 공무원의 보험료가 전국에서 가장 잘사는 지역의 주민 평균 보험료보다 훨씬 높다.

출판사 직원인 조모씨(39)는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이 통합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게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과 관련해 crazan이란 ID로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월급쟁이는 무조건 떼어가고 자영자에겐 대강 매겨서 거둬 가느냐”며 “그러고도 한다는 것이 겨우 홍보강화냐”고 질타했다.

〈정성희·김상훈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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