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새정치틀」찾기 「제3의 길」

  • 입력 1998년 11월 30일 19시 30분


‘이상이 없는 정치적 삶은 의미가 없고, 유토피아의 꿈은 현실의 가능성과 결부되지 않으면 공허하다. 우리는 어떤 종류의 사회를 창조하기를 원하며, 그것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앤서니 기든스.

그의 책, ‘제3의 길’(생각의 나무)이 국내에서 출간됐다.

그는 거대 담론이 실종된 불확실성의 시대에 인류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세계를 휩쓰는 신자유주의의 물결 앞에서 시장논리와 사회적 정의, 그리고 시민적 연대를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희망에 찬 대안을 내놓는다.

인류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정치모델로서 ‘제3의 길’. 그것은 좌파를 넘어서, 우파를 넘어서, 구식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관점에서 국가와 경제, 시민사회의 관계를 탄력적으로 재구성한다.

‘제3의 길’은 이미 현실정치의 중심부에 깊숙이 진입했다. 지금 이순간에도 사회민주주의의 재생과 복원을 향한 그 역사적인 실험은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제3의 길’은 영국 토니 블레어 정권창출의 이론적 기반이었으며 프랑스의 조스팽, 독일의 슈뢰더 등 유럽의 신(新)중도좌파 정권이 추진하는 개혁정책의 밑거름이자 버팀목이었다.

왜 제3의 길일까.

“사회주의의 몰락은 지구촌 전역을 자본과 시장의 논리에 편입시켰다. 이제 사회정의와 평등의 개념은 ‘고지식하고 해로운 생각’으로 공격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지향했던 가치와 이상은 삶의 본질을 이루는, 경제적 사회적 발전의 핵심이다.

제3의 길은 단순히 사회민주주의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변동하고 있는 세계에 부합하도록 새로운 사고와 정책의 틀을 제공한다. 그것은 ‘범세계화’와 같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혁명들 속에서 시민들이 올바른 길을 개척하도록 돕는다….”

좌우대립의 이념적 구도를 뛰어넘는 기든스의 새로운 관점과 전망. 그중에서도 ‘범세계화’의 복합성에 대한 치열한 대결은 눈여겨 볼만하다. 범세계화는 금융 투기자본의 이동에서 보듯 약육강식이라는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세계 시민들이 국가 경계를 넘어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기든스가 전자매체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3의 길’은 이 새로운 국제연대의 가능성을 적극 활용하고자 한다. 그래서 기든스의 사상은 놀랄만큼 세계주의적이다. 서울대 한상진교수(사회학과)의 말대로, 바로 여기에 우리 삶의 현주소가 있는게 아닐까.

기든스가 이끄는 ‘제3의 길’. 그것은 폐쇄적인 민족주의나 민족중심주의를 지나, 세계주의적 민족 또는 시민사회로 가는 ‘범지구적 민주주의’로 열려있는, 인류의 새로운 도전이자 가열찬 실험이다.

앤서니 기든스 지음/생각의 나무 펴냄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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