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두진시인 발자취]「한눈」 안팔은 마지막 청록파

  • 입력 1998년 9월 16일 19시 23분


세상의 온갖 부름에도 초연히 자신의 자리만을 올곧게 지켜오던 박두진시인이 끝내 늦여름의 마지막 더위를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46년 조지훈 박목월과 더불어 ‘청록집’을 낸 이래 한국 시사의 거대한 물줄기인 ‘청록파’의 마지막 증인으로 살아온 박두진 시인. 그는 평소 자신이 시와 칼럼 등을 통해 메시지를 전해왔던 그대로 헛된 명성을 좇지 않고 오랜 시간을 은자처럼 자택에서 칩거해왔다.

박두진의 시세계는 청록파 동료인 조지훈 박목월과도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었다. 조지훈이 선(禪)적 세계, 박목월이 한국적 향토성에 기울어져 있었던 것과 달리 박시인의 경우는 기독교적 이상과 윤리의식이 시정신의 바탕이 되어 왔던 것.

초기에 식물적인 법열을 추구했던 그의 작품 세계는 해방 이후 급격히 행동파 지식인의 것으로 변모했으며 ‘해’는 이 변화의 시작을 강렬하게 드러낸 작품으로 꼽힌다.

그의 시정신은 단순히 문학에만 머물지않고 해방 이후에는 좌익계열에 맞서 김동리 조연현 등과 더불어 조선청년문학가협회 결성에 참여했으며 한국문학가협회 창건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후학 양성에도 정열을 쏟았던 박시인은 55년 연세대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96년 추계예대 대우교수로 퇴임할 때까지 강단에 섰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희성씨와 장남 영혁(창미대표) 영조(永朝·스위스식품대표) 영하(永夏·서양화가) 영욱(永旭·서울 세화여고 교사)씨가 있다. 발인은 18일 오전9시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지는 경기 안성 가족묘지. 02―363―0699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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