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열풍/사회학]환상에 기대어 「고단한 현실」탈출

  • 입력 1998년 9월 4일 19시 40분


PC통신 영화 TV 문학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퍼져가는 판타지(Fantasy·환상 초현실) 열풍. 인간의 본성인가, 불안 심리의 표출인가. 아니면 그저 지나가는 유행인가.

전문가들은 최근 판타지 열기에 대해 △유전자 복제와 같은 과학의 발전을 통해 상상으로만 생각했던 세계와 직접 만날 수 있게 됐고 △현실의 부조리로 인해 역사와 현실을 모두 허구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는 점을 그 배경으로 들고 있다.

즉 첨단 과학을 통해 환상을 만나고 그 환상의 힘을 빌어 현실의 부대낌을 해소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기존의 이야기 방식, 보여주기 방식에 쉽사리 식상해하는 대중들의 심리가 판타지의 붐을 가져왔다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판타지가 주로 선과 악의 대결을 통해 권선징악 도덕윤리를 강조하는 ‘고전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권택영 경희대교수는 “환상과 신비를 통해 현실을 바라보는 것”으로 풀이한다.

그러나 상업적 대중매체가 판타지 붐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너희는 혼란에 빠져 있다”고 끊임없이 주문을 걸고 그러다보니 자칫 사람들을 허무주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종주씨는 “더 큰 걱정은 사람들 자신이 허무주의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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