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극「…유랑극단」 구봉서씨『일흔둘 나이 잠시 잊었어요』

  • 입력 1998년 8월 7일 19시 42분


“이 애비는 20년 세월동안 문풍지에 바람이 일 때마다 네가 돌아오는게 아닌가하고….”

“제 평생 소원이 시부모님께 따뜻한 진지 한번 올려 드리는 것이었거늘…이 못난 며느리는 차마…”

요즘 세상에선 좀처럼 듣기 힘든 내용의 구슬픈 한탄이 추억의 강물처럼 쏟아진다.

6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막을 올린 ‘이것이 유랑극단’.

50,60년대 전국을 돌며 손수건에 눈물깨나 적시게 했던 악극을 구봉서 최무룡 남철 남성남 김영하 등이 재현한 무대다.

집 떠난 아들(최무룡 분)을 기다리는 늙은 아비로 열연, 세종문화회관의 시계를 40여년전으로 돌려 놓은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를 만났다.

“(예전 유랑극단 시절과)똑같이 해보려고 애는 썼는데…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돌아온 탕자’ ‘자식에 대한 부모의 애끊는 사랑’은 무대 위의 영원한 소재지요.”

주름은 깊지만 여전히 빙그레 웃는 모습이다. ‘웃으면 복이와요’시절의 옛 동료들을 격려하는 구씨의 목소리엔 ‘막둥이’란 별명이 너무 아득하게 느껴지는 일흔둘의 나이에 걸맞는 온화함이 가득했다.

“예전엔 이런 조명이 다 어딨어요. 소금물을 담은 항아리에 전기불을 서서히 담그면 조명이 그럴싸하게 꺼졌지요.”

열아홉살때 우연히 따라간 악극단에서 갑자기 사라진 조역 대신 벼락 출연, 악극단 생활을 시작했다는 구씨의 회상.

“지방공연을 다니노라면 단원들은 트럭뒤에서 무대장치 틈에 섞여 찬바람을 맞으며 온몸이 뻣뻣해 졌지요. 여관비도 제대로 못내니 비린내 나는 반찬 한번 얻어 먹기 힘들었구요. 그래도 그때 악단엔 낭만과 인정이 넘쳤지요. 슬쩍 여관 종업원을 불러내 초대권 한장 내밀면 귀한 생선 토막이 올라왔고….” 공연은 9일까지 오후2시, 6시 하루 두차례 열린다. 문의 02―539―0303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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