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휴일맞이 남산 한옥촌 『난장판』…『이게 뭡니까』

  • 입력 1998년 4월 20일 19시 33분


찢어진 문창호지, 깨진 장독, 쓰레기가 떠다니는 연못….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의 일부로 조성된 서울 남산골 한옥촌이 개장후 첫 휴일을 보낸뒤 제모습을 잃었다.

18일 오후3시 개장한 한옥촌에는19일까지모두 2만3천여명의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이 다녀가 서울의 새로운 명소가 됐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편의시설이 부족한데다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몇몇 사람들이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바람에 모처럼 가족 나들이를 즐기러 온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2만4천여평 규모의 한옥촌에는 공중전화와 쓰레기통이 없고 화장실도 단 2곳뿐.

19일 생후 7개월된 아이와 이곳을 찾은 주부 김유순(金有順·30·서울 은평구 녹번동)씨는 “쓰레기통이 없어 하루종일 쓰레기 봉지를 유모차에 매달고 다녔다”며 “화장실도 부족한데다 앉으면 무릎이 문에 닿을 정도로 좁아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틀동안 수거된 쓰레기는 1백ℓ짜리봉지로 20여포대. 쓰레기통을 찾지 못한 시민들은 한옥촌 이곳저곳에 시커먼 쓰레기봉지를 산더미처럼 쌓아두었다.

관리소측은 “한옥촌에 맞는 디자인의 쓰레기통을 구하다보니 개장일에 맞추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더욱 볼썽사나운 것은 일부 관람객들의 무질서한 모습.

개장 첫날 화장실 문짝이 떨어져 나가고 변기가 막혔다.

옛모습 대로 복원해놓은 연못가에서는 아이들이 빨간 붕어를 향해 돌팔매질을 해댔지만 말리는 어른이 없었다.

민속자료로 지정된 한옥 구석구석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때문에 장독이 깨지고 철종의 사위 박영효가옥의 별채 문짝은 창호지가 벌써 너덜너덜해졌다.

한옥 담에 파릇하게 심어놓은 ‘옷나물’은 극성스런 관람객의 손에 뜯겨 남아나질 않았고 한옥 안에서 조심성없이 담배를 피운뒤 아무데나 버리는 장면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관리소측은 “편의시설은 차차 보완하겠지만 관람질서는 전적으로 시민들의 협조에 달려있다”고 당부했다.

〈이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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