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마케팅]고객은 「왕」-단골은 「황제」

  • 입력 1998년 3월 12일 19시 47분


신세계백화점의 10년 단골인 주부 김모씨(45)는 요새 백화점 가는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다. 주차장에서 귀빈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김씨는 평소 백화점에 갈 때마다 주차 불편을 겪어야 했다. 줄지어 선 차량행렬에 끼여 차례를 기다리고 옥외 주차장의 가파른 경사길을 올라가는 게 여간 성가시지 않았다. 쇼핑한 물건을 안고 주차장까지 걸어오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이달초부터 단골전용 주차장을 이용하면서부터 이런 불편이 말끔히 사라졌다.

신세계는 최근 백화점 옆 나대지 5백평을 구입, 단골고객 전용주차장으로 꾸몄다. 5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이 주차장은 그야말로 신세계의 핵심고객 1천명을 위해 특별 서비스를 베푸는 곳이다.

이른바 ‘코아(Core)마케팅’. 불황기엔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기보다는 기존 고객을 열심히 챙기라는 마케팅의 원칙이다. 이를테면 ‘시멘트처럼 단단한 고객’ 만들기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여성의류매장은 단골고객 카드를 작성해 놓고 생일이면 축하 꽃바구니를 보내고 있다. 또 특별 행사 때는 별도의 안내 우편물을 띄운다.

16∼23세의 젊은 단골 고객을 위해서는 ‘네오X’라는 우대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카드 소지자에게는 각종 이벤트도 마련하고 백화점 주최 각종 행사에 우선적인 참여권을 준다.

다른 백화점도 단골고객에게 세심한 신경을 쏟고 있다. 자체 발간하는 생활정보지를 보내고 안부전화를 거는 것은 기본이다.

올해 들어 대부분의 백화점은 신문방송 광고비를 줄이는 대신 DM(Direct Mail) 발송량을 늘리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 고객을 겨냥한 광고전략의 일환이다.

단골고객 다지기에 흔히 쓰이는 방식 중 하나가 포인트 제도다. 백화점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하거나 백화점과 계약한 호텔과 비행기를 이용할 때마다 점수를 줘서 일정한 점수가 되면 사은품을 증정하는 식이다.

삼성플라자는 삼성유통카드 사용 고객에 대해 1만원 단위로 1점씩 포인트를 부여한다. 점수가 1백∼5백점으로 늘어날 때마다 점수에 따라 상품권 1만∼15만원권을 증정한다. 또 호텔 렌터카 안경점 영화관 콘도 이사업체 등 협찬업체의 할인혜택도 제공한다.

LG슈퍼마켓의 보너스카드도 단골고객을 겨냥한 것이다.

1천원당 1점씩 적립해 5백점, 1천점, 2천점에 달할 때마다 포인트별로 사은품을 증정한다. 일주일에 5번 이상 구매하는 고정고객에게는 주당 10포인트를 덤으로 얹어준다.

SS패션은 고객이 구입한 의류의 천조각 일부를 뜯어내 보관했다가 나중에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또 신상품이 나오면 고객에게 전화로 알려주는 방법으로 단골 관리를 하고 있다.

〈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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