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도,새가 날고 풀이 춤춘다…그린훼밀리聯등 생태탐사

  • 입력 1997년 10월 4일 20시 16분


서울 강변북로를 타고 성산대교를 지나 자유로쪽으로 달리다보면 오른쪽에 거대한 구릉이 나타난다. 제법 푸른 숲을 이루고 있어 얼른 보면 자연적으로 생성된 야산처럼 보인다. 78년부터 93년까지 15년 동안 서울시민들이 쏟아낸 쓰레기를 쌓아 생긴 산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면적은 여의도 크기(82만여평).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도(蘭芝島). 난꽃과 영지가 명물이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지만 이름만 들어도 코를 막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곳이다. 이제 제법 숲을 이뤄 하루평균 20여명의 생태학자와 학생이 분주히 찾는 자연학습장이 됐다. 4일 오후 전국의 초중고교 환경담당 교사 70여명이 난지도의 식물생태계를 조사하기 위해 그린훼밀리운동연합(총재 오명·吳明 동아일보사장) 회원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제1매립장으로 올라가는 비포장도로로 접어들자 먼저 반기는 것은 놀란 꿩 한마리. 숲으로 도망치는 꿩을 따라 들어서자 가슴높이로 자란 풀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큰돼지풀 가시상추 개망초. 타향이라 설움받는 귀화식물들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으로 누구보다도 먼저 척박한 이곳에 뿌리를 내린 생명들이다. 사이사이 왕고들빼기 왕바랭이 강아지풀 등 우리 고유의 식물이 귀화식물과 자리다툼을 하듯 번식하고 있었다. 『현재 난지도 경사면 일대는 초기 숲 조성과정에 있습니다』 조사단을 이끌고 온 국민대 김은식(金恩植·산림자원학)교수는 난지도의 생태계가 제법 안정돼 식물천이의 중간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식물종은 1백30여가지. 나뭇가지 한쪽에 자그맣게 지어진 휘파람새 둥지.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계속 「휘익 휘익」 휘파람소리가 났다. 메추리알만한 흰 휘파람새 알 3개와 함께 태연스럽게 놓여있는 파르스름한 알 하나.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는 뻐꾸기는 난지도에서도 제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저거 족제비 아닌가요』 『멧비둘기가 떼지어 날아다니네요』 교사들이 자연의 신비에 어린이들처럼 마냥 신이 났다. 『쓰레기 더미에서 꽃을 피우다니 생명이란 정말 신비롭습니다』 문명이 버린 난지도는 어느 소설가의 표현대로 「오선지 위에 그려진 자연의 교향곡」을 힘차게 연주하고 있었다. 〈이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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