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알詩」펴낸 정진규 『알은 「생명의 원형」상징』

  • 입력 1997년 8월 21일 07시 38분


시인 정진규. 쉰 여덟살, 그의 육체는 더 이상 젊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그의 고백대로 「검버섯이 돋는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그는 줄기차게 「몸」을 노래해왔다. 그에게 「몸」이란 이분법적으로 나뉘어 있는 정신과 육체가 화해롭게 만나는 장이다. 『정신과 육체, 안과 밖, 자연과 문명 이런 이분법의 틀을 어떻게 깰까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그 합일체가 바로 몸입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정신우위의 사고가 오랫동안 육체를 정신의 하인으로 부려왔지요. 하지만 육체가 없는 정신이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그는 「몸시」 이후 「알(卵)」의 경지로 거슬러 올라갔다. 암탉이 품고 있는 달걀, 박혁거세가 태어난 알, 청어의 대가리까지 가득 차오른 청어의 알까지…. 몸의 시원인 알들의 노래를 모아 시집 「알詩」(세계사)를 펴냈다. 『알은 부화를 기다리는 미완의 존재가 아니라 그것 자체가 완성이며 하나의 소우주입니다. 이 소우주는 은밀히 꿰맨 자리도 없이 천의무봉(天衣無縫)이지요』 알이 소중한 것은 문명의 어떤 침탈에도 훼손되지 않는 「생명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내 안에 살아 있는 것이라곤 물고기 한마리 없어서! 얼음낚시를 생각해냈다 투명한 얼음 밑으로 헤엄치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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