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폴리 지휘 베토벤교향곡「합창」,실황연주 매력 맛본다

  • 입력 1997년 8월 8일 07시 26분


연주회 실황이 갖는 매력은 무엇인가. 수십년간 숨어 살던 연주가가 복귀연주를 펼치거나, 각자의 분야에서 정상에 선 예술가들이 처음 만나서 화음을 맞추었다는 등 역사성이 곁들여진다면 그 실황연주는 무시할 수 없는 무게를 갖는다. 그러나 실황연주 녹음을 선뜻 집어들 수 없는 이유도 있다. 콘서트 실황을 녹음할 때 음반사는 마이크를 악단에 지나치게 근접시켜 입체감도 풍성한 질감도 없이 메마른 음향을 만들어내기 쉽다. 이탈리아 출신의 명지휘자 주세페 시노폴리가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을 지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음반으로 내놓았다. 이 악단이 오랜 전통에 따라 매년 부활절 직전 개최해온 「성지주일」연주회로 96년 3월 녹음됐다. 시노폴리의 특징은 손끝에 악단의 온 정신을 끌어모으는 집중력이다. 주관적 지휘자로 표현되는 시노폴리지만 그의 연주는 번스타인 또는 마젤이 곧잘 보였던 빠르기 및 강약의 극단적 대비와 거리를 둔다. 그의 손길은 대개 그보다 작은 데 머무른다. 악기군 사이의 주의깊은 음량조절, 강약과 완급을 풀거나 조여주는 요령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시노폴리의 「합창」은 음향의 건조함이 지휘자의 교묘한 설계를 다소간 감추어버린 사례다. 시노폴리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성부간의 균형과 탄력있는 질감은 빡빡한 음향 때문에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거장 시노폴리의 본령은 필하모니아 관현악단을 지휘한 말러 교향곡 5번의 맑음,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에서 드러나는 황량하기까지 한 깊이,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느린악장의 흐르는 듯한 아름다움에서 찾는 편이 더 나을 법하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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