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退가정 갈등풀기]『마음트고 허물없이 대화하라』

  • 입력 1997년 2월 14일 20시 10분


[고미석·박중현 기자] <<직장일에 바빠 얼굴보기도 힘들었던 가장이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한 후 연일 안방을 지키고 앉아 담배만 피워대는 모습은 가족에게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하지만 어물전시리즈 등 각종 유행어에 남편 기살리기운동까지 무성한 명퇴신드롬속에서도 정작 명퇴가장을 지켜보는 주부나 자녀가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선 주변의 관심이 소홀하다. 주부와 자녀들의 심리적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전문가의 조언으로 알아본다.>> ▼주부▼ 백제병원 신경정신과의사 양창순씨는 『주부들은 미래에 대한 경제적 불안으로 심각해지기도 하지만 가족들의 감정상태에 대해 전혀 배려를 하지 않는 남편의 태도때문에 가장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아내는 어려운 처지에 빠진 남편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싶어도 남편은 짜증만 내서 가슴앓이가 깊어진다는 것. 양씨는 『이 경우 남편의 행동거지에 일일이 간섭하기보다 거리를 갖고 지켜봐주되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가까운 친구나 가족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현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때 누구에게나 대처능력은 있다는 긍정적 사고방식을 가져야한다. 스트레스는 막상 일이 터지기 전부터 지레 겁먹는 데서 발생한다. 남편을 의식해 집안에만 갇혀있기보다 나름대로 창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조언해주는 등 현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 서울 YMCA 청소년상담실 김재현상담원은 『흔히 가장의 「사회적 지위」가 비슷한 친구들끼리 또래집단을 이루는 초등학생이나 청소년들은 아버지의 명퇴사실을 알고 자존심이 상해 교우관계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명퇴가 있을 경우 자녀의 행동에서 평소와 달라진 점이 없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집안 분위기만으로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초등교 고학년 이상의 자녀에게는 퇴직사실과 앞으로의 계획을 비교적 정확히 알려주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래야만 자녀들도 쓸데없는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는 것. 평소 권위적인 아버지들은 「폭탄선언」식으로 명퇴사실을 자녀에게 「통고」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방법은 자녀에게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줄 수 있다. 자연스러운 자리를 마련해 설명한뒤 『아버지도 노력할테니 너도 도와다오』 『이제 다 커서 아버지를 이해해 주는구나』라고 말해주면 아이에게 큰 힘이 된다. 이화여대 김재은명예교수(교육심리학)는 『명퇴는 가족 전체에 부담가는 「사건」이지만 현명하게 극복한다면 인생의 시련을 이겨내는 방법을 자녀에게 가르치고 가족간에 대화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