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건축」시리즈를 끝내며]「千年정신」역사에 남겨야

  • 입력 1996년 12월 29일 20시 56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는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에게 모든 것을 다시 생각케 한 사건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어찌하여 남들의 도시와 건축은 천년을 가는데 우리의 도시와 건축은 한치 앞을 보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가. 천년건축은 천년의 시간을 넘어 아직 역사의 현장에 서 있는 건축들을 찾아 그 연유를 알고자 한 기행이었다. 네 번에 걸쳐 유럽과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옛 도시와 건축을 찾아 나섰다. 1년여 그들의 현장에서 천년건축을 보자 성수대교와 삼풍의 붕괴가 당연한 일로 느껴졌다. 천년건축은 세가지 특징이 있었다. 모두 예외없이 일상적 수준의 구조적 안전을 넘는 예기치 못할 사태까지를 포괄한 기하학적 완전형식을 이룬 건축들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철저한 설계와 완벽한 시공에 과다할 정도의 물량이 투입되었다. 피라미드를 짓기전 수많은 작은 피라미드를 지어 실험하였고 개펄 위에 선 산 마르코성당 아래는 건물보다더 큰 파일과기초가 인공의 암반을 이루고 있었다. 새로운 구조를 시도할 때는 모든 관련분야와의 협력이 이루어지고 수없는 현장실험이 거듭되었다. 로마의 판테온과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는 수학자, 과학자들과 함께 지은 건물이다. 그리고 대부분 천년건축은 그땅의 재료로 만들어졌다. 건축은 결국 재료를 쌓아 만드는 것이다. 모든 건축은 그 지방의 흙으로 구운 벽돌과 건물이 들어설 지하의 암반을 잘라 만든 돌로 지었다. 그 위에 마감돌을 다시 더하여 이중의 돌벽을 구성한 것이다. 철저히 그 땅과 하나가 되어있는 건축이므로 어떠한 자연의 재해에도 흔들리지 않고 수많은 세월의 침식에도 살아남은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감동한 것은 천년건축 모두가 예외없이 짓고난 후에도 짓는 정성만한 노력으로 유지, 보수해온 점이다. 프라하의 카를다리에는 한강의 열아홉 다리의 유지 관리인원 보다 더 많은 기술자들이 오늘도 다리를 지키고 있었고 자동차의 과다한 통행으로 다리가 위태롭자 곧 자동차를 금지시키고 사람이 모이는 보행광장의 다리를 만들었다. 북경의 자금성과 천단은 끊임없이 부재를 갈아끼워 이미 여러번 다시 지은 셈이었으며 수차례 지진을 이겨낸 바실리사원은 십수차례의 증개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고 예루살렘의 예수무덤교회는 십자군전쟁 이후에도 수없이 반복된 파괴 속에서 원형의 모습을 이어왔다. 불완전구조를 부실재료로 지은 다리와 건물이 설계 당시와 다른 상황이 되었어도 방치하고 있던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있을 수 있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제 우리도 천년을 생각하며 집을 지어야 한다. 건축과 도시는 우리 자신만이 아니라 우리의 후손을 위한 것이며 우리시대는 결국 건축과 도시로 후세에 남는 것이다. 우리시대의 천년건축을 세워야 우리가 역사에 살아 남는다. 김 석 철<건축가·아키반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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