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다룬 소설 「노루사냥」등 3편 나왔다

  • 입력 1996년 12월 9일 20시 24분


「鄭恩玲기자」 사상초유의 일가족 17명 집단탈북(脫北)에 이어 북한유학생의 탈북을 감시하던 사회안전부 안전원까지 귀순하는 등 연일 「탈북자」 소식이 잇따른다. 사회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는 문학작품 안에서도 「탈북자문제」는 이미 중요한 작품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계간 「동서문학」 겨울호에 발표된 박덕규씨의 「함께 있어도 외로움에 떠는 당신들」은 탈북자를 잡으러 다니다 귀순한 북한정보부원을 등장시키고 있어 최근 보도된 탈북사건과의 유사성 때문에도 눈길을 끈다. 주인공 염정실은 전 북한사회안전부간부로 연길에서 「노루사냥」, 즉 탈북자를 잡는 일에 종사했던 여성. 염은 당으로부터 소환명령을 받자 스스로 사냥하던 「노루(탈북자)」들의 탈출경로를 따라 탈북한뒤 「돈을 벌어보겠다」는 욕심에 자신의 탈북기를 작가에게 대리집필하게 한다. 그러나 원고가 완성되던 날 염은 단란주점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가 화장실에서 한 사내로부터 칼부림을 당한다. 사내 역시 탈북자인 김정남. 김은 탈북하려던 형이 염정실에게 붙잡혀 공개처형 당하는 것을 본 뒤 강제수용소로 끌려가다가 구사일생으로 탈북에 성공한 인물이었다. 같은 작가가 계간 「한국소설」 가을호에 발표한 「노루사냥」도 출신성분이 다른 탈북자끼리의 갈등을 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북한 청진호텔 주방장출신인 탈북자 박당삼의 TV공개 요리강연이 벌어지던 날, 현장에서 시식을 하던 전 북한보위부간부 출신 탈북자 유성도가 쓰러진다. 박당삼이 유성도의 음식에 몰래 생아편덩어리를 집어넣었던 것. 박당삼은 『죽이고 싶던 악질 당간부놈들이 여기에 먼저 와서 우리보다 더 잘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거사」이유를 당당히 밝힌다. 여성작가 김지수씨가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게재한 「무거운 생」은 남한사회 적응에 실패한 탈북자 이명운의 모습을 애잔하게 그렸다. 북한에서 한의사였던 이명운은 치료도중 당 간부의 아들을 죽게 한 죄로 시베리아벌목장으로 끌려갔다가 탈출한 인물. 끼니마다 김치 하나로 버티며 돈을 모은 이명운은 가족들을 탈북시키기 위해 연길을 통해 밀입북하다 경찰에 붙들린다. 「탈북자」를 다룬 3편의 단편소설은 「탈북」의 흥분에서 한발 비켜나 「탈북 이후가 더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다. 목숨을 걸고 찾아온 땅에서도 여전히 불안에 사로잡혀 이방인으로 떠도는 탈북자들의 내면묘사를 통해 실질적인 의미의 통일은 결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되짚고 있는 것. 한편 문학평론가 홍용희씨는 최근의 「탈북자문학」 작품과 관련, 계간 「한국소설」 겨울호에 게재한 평론을 통해 『80년대까지 분단문제에 대한 문학적 대응이 분단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개진이었다면 탈냉전시대인 90년대 통일지향문학의 임무는 남북한간의 내적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민족동질성 회복과 문화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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