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3대 철학자 美로티교수 방한-대담 김동식 육사교수

  • 입력 1996년 12월 9일 20시 24분


「李光杓기자」 독일의 위르겐 하버마스, 프랑스의 자크 데리다와 함께 생존해 있는 세계 3대 철학자로 꼽히는 리처드 로티(65) 미국 버지니아대교수가 최근 한국을 방문, 논문 발표 및 강연회를 연쇄적으로 갖는다. 英美(영미)분석철학계의 대표주자였던 로티교수는 70년대 중반 분석철학의 허구성을 통렬히 비판하고 데카르트 이래 근대철학의 주류를 이뤄왔던 형이상학적 철학과 초월적 진리의 종말을 선언, 새로운 철학의 도래를 역설한 인물이다. 로티 철학은 아직 우리에게 낯설지만 그 핵심은 「낭만적 자유민주주의」를 중심축으로 삼아 자유민주주의에 해가 되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개인의 자유와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낭만적」이라는 말은 반권위 반억압을 의미한다. 로티는 「철학은 진리를 찾아내는 학문분야이며 제일의 학문」이라는 의미의 전통 철학을 전면 부정하고 「인간 이성이 진리를 발견해 낸다」는 주장은 근대철학자들이 지어낸 형이상학적 허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또 초월적 선험적 진리에 기초하려는 철학에서 벗어나 모든 인간사를 철학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처럼 다소 도발적인 주장으로 그는 악명을 높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참신하고 매력적인 철학적 방법론으로 세계적 석학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로티는 9,10일 서울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논문 발표와 함께 국내외 학자 30여명과 토론을 하고 11일 오후2시 고려대 인촌기념관과 13일 오후3시 연세대 인문관에서 특별강연을 한다. 로티교수를 초청한 한국과학사상연구회(회장 김용준 고려대교수)는 김동식 육군사관학교교수와의 특별 대담을 마련했다. 김교수는 미국 에모리대학에서 로티 사상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음은 대담 요지. 김〓로티교수의 철학적 출발점은…. 로티〓수학(과학)적 모델에서 출발한 데카르트 이래 근대철학은 그동안 과학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왔다. 이후 19세기후반 프랑스 혁명을 통해 자유민주사회로 이행하면서 낭만주의적 경향이 부각됐고 동시에 인문학 문화예술 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졌으며 나의 철학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과학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 이외 분야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서로 수평적인 평등관계를 지니고 있음을 강조, 문화의 민주화를 성취하려는 것이다. 김〓교수의 철학에 있어 핵심 명제가 되는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성 등에 대해 설명해 달라. 로티〓우연성은 우리의 언어 자아 자유주의 공동체가 어떠한 존재론적 토대나 기반도 없는 우연한 것이라는 뜻이며 아이러니는 자신의 마지막 어휘(한 개인의 신념에 있어 가장 밑바닥에 자리한 것)조차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대성은 강제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합의를 통한 자발적 연대의식을 말한다. 우리의 언어 자아 공동체의 우연성을 철저히 수용, 인류의 연대성을 지향하는 자유주의 사회를 옹호하는 사상이 바로 나의 철학이다. 김〓하버마스는 자신의 시대나 문화를 비판하는 기준, 즉 자기 비판을 위한 어떤 초월적 선험적인 관점을 설정하는 것이 철학의 할 일이라고 보고 있다. 선험적 진리, 형이상학적 근거를 철저히 부정하는 교수의 입장과는 대조적인데…. 로티〓내가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자기 비판성을 갖고 있기에 초월적 자기비판의 기준이 불필요하다. 김〓한 창조적 개인의 천재적인 발상을 통해 창안된 메타포(아이러니 어휘 등)가 문화 창조나 개선의 힘이라고 교수는 말했는데 이는 엘리트주의를 뜻하는 것은 아닌가. 로티〓일부 소수집단이 다수를 이끌어가는 식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의 천재적 아이디어는 그 당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가 문화와 같은 영역을 통해 오랜 시간 이어져 후대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치는 것을 뜻한다. 하나의 패러다임을 바꿔 후대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던 뉴턴의 천재적 발상이 그 대표적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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