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영건 vs 오만한 강호’… 남아공 드라마 우리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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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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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밤 아르헨戰

“최강 스페인도 해볼만했다”
주눅든 플레이는 걱정 뚝

아르헨 경기 분석 또 분석
고지대 적응훈련도 성공적


새 역사 창조의 날이 밝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7일 오후 8시 30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월드컵 B조 2차전을 벌인다. 12일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한 한국은 아르헨티나를 잡으면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짓는다. 월드컵에서 남미팀도 처음 꺾는다. 태극전사들은 “그동안 해 온 대로만 해도 아르헨티나와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이 충만해 있다.

결전의 구장 입성한 태극전사  ‘내일을 대비한 최종 담금질.’ 태극전사들이 남아공 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를 하루 앞둔 16일 결전장인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훈련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전영한 기자
결전의 구장 입성한 태극전사 ‘내일을 대비한 최종 담금질.’ 태극전사들이 남아공 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를 하루 앞둔 16일 결전장인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훈련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전영한 기자
○ 준비 vs 자만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 아르헨티나를 잡기 위해 다양한 분석과 그에 따른 맞춤 훈련을 해 왔다. 허정무 감독은 “솔직히 힘겨운 상대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세계의 벽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수많은 경기 영상물을 통해 분석을 했고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등 세계적인 선수를 어떻게 막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준비했다. 허 감독은 “강팀을 만나기 때문에 수비를 두껍게 한 뒤 역습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한국에 별로 대비가 안 된 모습이다. 세계적인 강호로 평가받는 팀으로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대회가 시작돼 한국이 그리스를 완파하자 좀 신경 쓰는 듯했지만 여전히 한국은 안중에 없다.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은 한국 언론이 참여하는 기자회견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경기를 앞두고 16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야 모습을 드러냈을 정도. 다만 박지성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는 “박지성을 막을 마르틴 데미첼리스에게 어떻게 수비해야 하는지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 스페인전 기억을 떠올리며

박지성은 “4일 강력한 우승후보 스페인에 0-1로 졌지만 우린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 기억을 회상하며 우리 플레이를 한다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기성용(셀틱)과 이청용(볼턴), 박주영(AS 모나코) 등 대부분의 선수도 마찬가지. 그만큼 세계적인 강호를 만나도 이젠 절대 허둥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동안 한국은 월드컵에서 남미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아프리카의 토고를 잡고 이번 월드컵에서 유럽의 복병 그리스를 꺾었지만 남미에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남미 팀과 세 차례 맞붙었는데 1무 2패다. 1986년 멕시코 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1-3으로 졌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조별리그 3차전에서는 우루과이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1994년 미국 대회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볼리비아와 0-0으로 비겼다. 남미 악연을 끊을지도 관심거리다.

○ 박지성 아시아 최다 골 도전

그리스전 쐐기골로 3개 대회 연속 골을 넣은 박지성은 아르헨티나 경기에 원톱 박주영을 받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4-2-3-1의 미드필드 가운데서 공수를 조율하는 역할로 박주영과의 협력 플레이에 따라 골 기회도 잡을 수 있다. 박지성이 골을 터뜨린다면 대표팀 선배인 안정환(다롄 스더)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미 알 자베르가 함께 가지고 있던 아시아 선수 본선 최다 득점(3골) 기록을 갈아 치울 수 있다. 박지성은 “팀플레이가 우선이지만 골 기회가 왔을 땐 적극적으로 슛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 고지대 변수 누구에 유리?

요하네스버그는 해발 1753m의 고지대. 그만큼 산소가 희박해 뛰기에 힘들다. 공은 상대적으로 빠르다. 자불라니는 더 변화가 심하다. 결국 이런 환경에 잘 적응하는 팀이 유리하다. 기술보다는 체력과 조직력을 앞세운 한국이 다소 불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은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부터 산소방과 산소마스크로 적응했고 오스트리아와 루스텐버그의 고지대에서 훈련해 적응이 잘된 상태다. 박주영은 “처음 고지에서 훈련할 땐 힘들었는데 지금은 전혀 문제없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도 나이지리아와의 1차전을 요하네스버그의 엘리스파크에서 치르며 1-0으로 승리한 상태라 고지대에 대한 적응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요하네스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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