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토공직원의 부적절한 땅투기

  • 입력 2002년 9월 12일 18시 47분


한국토지공사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땅을 분양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토공 직원이 이 기관의 땅을 분양받는 것이 비록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지 몰라도 이 기관의 존립 목적을 고려할 때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공기업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의 전형적인 사례를 보는 듯하다.

토공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토공 직원들은 지난해 10월과 올 4월 경기 용인시 죽전지구에서 21명의 직원들이 72억원어치의 땅을 분양받아 이 중 18명이 3개월 이내에 되팔았다. 심지어 분양받은 지 불과 20일 만에 전매한 직원도 있다니 차익을 노린 투기행위가 아니라고 변명하지 못할 것이다.

죽전지구는 분양 당시 평균 청약 경쟁률이 90 대 1, 최고 경쟁률이 2619 대 1이었고 분양 직후에는 2억원대의 땅에 웃돈이 1억1000만원까지 붙었다고 한다. 청약자격이 동호인과 건설업체로 제한됐던 올 4월 2차 분양 때도 경쟁률이 14 대 1이 넘었는데 토공 직원들이 친척까지 끌어들여 편법으로 분양을 받았다니 어이가 없다.

토공은 외환위기 이후 직원들에 대한 분양을 막는 내부취업규정을 없애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나 투기행위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개정된 토공의 취업규정은 투기 우려가 있을 경우 직원들에 대한 분양을 제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아파트 청약열기 못지않게 투기바람이 불었는데도 이 기관이 직원들에 대해 분양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토공 사장은 국민 앞에 말해야 한다.

내부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것은 불공정한 일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일반기업이더라도 소비자에게서 외면받을까 두려워 삼가야 한다. 하물며 정부투자기관의 직원들은 그런 인상을 주지 않도록 조심했어야 했다. 토공은 투기에 앞장선 직원들을 감싸고만 돌게 아니라 반성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감독 책임이 있는 정부 당국도 토공 직원들의 행위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조사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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