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中"불만표출 가능성 러시아보다 크다"

  • 입력 2001년 9월 5일 19시 01분


경계경비가 강화된 톈안먼광장
경계경비가 강화된 톈안먼광장
흔히 중국이 러시아보다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훨씬 더 잘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의 충격요법 때문에 경제가 엉망이 된 데다가 부패와 범죄가 판을 치는 반면 중국은 러시아의 경험에서 배운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지도자들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실패’에서 정치개혁이 당의 권한을 감소시킨다는 교훈을 얻어 경제개혁에만 온 힘을 집중했다. 현재 중국에서 공산주의를 정말로 신봉하는 사람은 당의 핵심인물들 중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권위주의적인 1당 통치 체제가 중국의 전통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민주화를 서두르다가 무질서를 초래하느니 지금이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당이 통제하는 전체주의적인 자본주의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휘청거리는 러시아의 민주주의보다 더 안정적인 체제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베이징(北京)은 이제 더 이상 공산주의 국가의 도시처럼 보이지 않는다. 새로 지어진 훌륭한 국제공항에는 만리장성이나 쯔진청(紫禁城) 등 관광지 사진이 걸려 있을 뿐, 계급투쟁이나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외치는 표어 같은 것은 전혀 없다. 물론 ‘당의 지도력’에 관한 선전은 계속되고 있지만, 당을 따르는 것은 이제 혁명적 의무가 아니라 애국의 길로 일컬어진다. 게다가 당은 심지어 자본주의적 기업가들조차 당원으로 맞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는 손에 잡힐 듯한 불안이 여전히 존재한다. 파룬궁의 추종자들은 교리에 따라 운동을 하려고 팔을 들어올리기만 해도 체포되고 거리 구석구석에서는 제복과 사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감시의 눈을 번득인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본주의의 형태를 띤 경제체제와 독재정치의 결합은 외국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다. 문제를 일으킬 노조도 없고, 정치의 방향을 점칠 수 없게 만드는 선거도 없으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중국의 이러한 체제가 그냥 생겨난 것은 아니다. 중국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장군이 다스리던 시절의 칠레를 모델로 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은 효과적으로 입막음을 당하고 있다. 정부가 과거처럼 그들을 감옥에 가두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아니다. 자유주의 사상가들이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거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요즘의 방법이다.

이런 사상가 중의 한 명인 문학비평가 리우 지아오보는 중국보다 러시아가 여러 모로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러시아인들은 적어도 “민주체제에서 살면서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개인적인 자리와 공식석상에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라면서 “그 때문에 사회가 부패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손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인들은 또한 나름대로 체제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 기자가 모스크바에 인터넷 카페가 없는 이유에 대해 묻자 한 러시아인은 “여기가 아시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아시아는 낙후되고, 비효율적이고, 부패한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었다. 물론 중국도 서구가 우월하다고 인식되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만 러시아인들은 아시아보다 유럽쪽에 가까웠던 공산주의 이전의 과거에 대해 커다란 향수를 갖고 있다.

현재 모스크바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법이 법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자는 모스크바에 일주일간 머무르면서 교통경찰이 괜한 트집을 잡아 차를 세운 다음 슬그머니 뇌물을 받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았다. 뇌물의 액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에는 심지어 운전자에게 마약 거래상이라는 누명까지 씌워가며 돈을 더 울거내는 경찰관도 있었다.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정치 평론가인 타티야나 톨스타야는 “충분한 보수를 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모두들 뇌물 등을 통해 뒷구멍으로 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사람들이 그렇게 스스로 만들어내는 규칙이 정부가 강요하는 법률보다 현실과 더 잘 맞는다”고 말했다.

물론 러시아의 공산당 정부도 중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부패해 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애당초 개혁을 시작했던 동기 중의 하나도 바로 이것이었다. 소련이 붕괴한 후 바뀐 것이 있다면 예전에는 당이라는 이름의 마피아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여러 마피아들이 서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톨스타야씨는 “하나의 갱단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을 때에는 모든 것이 억압되었지만 지금은 살기가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돌아본 후 기자가 내린 결론은 러시아보다는 중국이 더 쉽게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러시아의 민주주의는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러시아인들은 적어도 불만을 터뜨릴 수 있는 길을 갖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반대의견을 표명할 길이 모두 막혀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폭력뿐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http://www.nytimes.com/2001/09/02/magazine/02RUSSI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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